[남장현의 피버피치] U-20 WC 환상 퍼포먼스, 결국 유소년에서 길 찾아야

입력 2019-06-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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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어떤 작가가 저런 시나리오를 쓸까요? 다들, ‘너무 비현실적이야’라고 하지!”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신화를 지켜본 K리그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그렇다. 요즘 한국축구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A대표팀은 가는 곳마다 매진 행렬을 이루고, U-20대표팀은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결승에 안착, 축구 ‘붐 업’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우리네 축구의 뿌리이자 젖줄인 K리그도 활짝 웃는다. 정정용 감독이 지휘하는 U-20대표팀(최종엔트리 21명)에는 K리그와 직접 연계된 선수들이 19명이나 된다. 현재 K리그 팀에 몸담고 있거나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서 성장한 이들을 모두 합친 숫자다. 아주 어릴 때부터 스페인으로 향한 이강인(발렌시아CF)과 최민수(함부르크SV)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두가 K리그 시스템에서 자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는 오래 전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내고 미래의 스타로 성장시키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도로 시작한 유스 트러스트 정책이다. 클럽 라이선스를 보유한 K리그1·2 구단들의 유소년 시스템을 2년 주기로 평가, 측정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주는 데 목적을 가진 제도다. 수많은 평가 항목 중에는 ▲ 시스템 운영 비전 ▲ 구단의 관심과 지원 프로그램 ▲ 인프라 구축 ▲ 스카우트 운영 등이 있다.

유스 트러스트는 벨기에 축구협회가 2000년 시행한 더블패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2000유럽선수권 예선 탈락에 큰 충격을 받은 벨기에는 축구 강호들이 즐비한 유럽 내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유소년에게 미래를 얻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지만 이러한 노력은 큰 성공을 거뒀다. 협회와 클럽 등 벨기에 축구 구성원들이 애지중지하며 발굴하고 기른 선수들은 유럽 빅리그에서 맹위를 떨쳤고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등극하는 등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배경에 더블패스가 있다고 벨기에는 자부한다.

K리그의 열정도 이 못지않다. K리그 유스 주말리그가 거의 전 연령대에서 진행 중이다. 최고 연령대인 18세는 물론, 17세와 15~16세 리그가 별도로 운영돼 경기 출전에 사각지역을 최소화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상·하위리그를 진행해 고른 실력 향상을 도울 계획이다. 또 방학기간에는 주요 해외클럽을 초청해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과학 지원 프로그램도 인상적이다. 유스리그 경기영상을 기반으로 한 각종 데이터를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과 학부형들에게도 함께 제공한다.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유소년 성장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올해 초 협회 기술 및 대회운영 담당자들은 벨기에와 독일,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유소년 시스템 확충 및 육성을 중심으로 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더블패스와 연계된 정보, 크로아티아 유소년 친선경기 추진안,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유소년 프로그램 등이 초점이다.

한국축구는 분명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힐 귀한 동력을 얻었으나 지금에 안주할 수 없다. 당장 주변의 시기와 견제도 심하다. ‘축구굴기’에 목숨을 걸고 아낌없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중국, 일찌감치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성장을 늦추지 않았던 일본을 쉽게 볼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경쟁력은 유소년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축구DNA’를 갖춘 어린 재능의 지속적인 발굴과 육성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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