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베이스볼] LG와 ‘DTD’, 2019년의 운명은?

입력 2019-06-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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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마운드를 앞세워 3위로 순항하는 LG 트윈스는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본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조롱 섞인 우려를 지우고 시즌 종료 시점까지 순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두산 베어스 공포증 극복과 공격력 보완 등이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 2회 무사만루 상황에서 강판되는 선발 투수 임찬규(맨 오른쪽·1번)를 동료들이 격려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Baseball Team Weekly meeting·Who?·Why?]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 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17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 이경호 차장,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 LG는 2019년 ‘DTD’의 악몽을 지울 수 있을까


이경호(이하 이) : LG 트윈스가 2위 두산 베어스를 역전 가시권에서 추격 중입니다. 17일 기준 두산과는 3.5게임차, 1위 SK 와이번스와는 6.5게임차입니다. 5위 NC 다이노스와는 4.5게임차라 갑자기 긴 연패에 빠지지 않는 이상 상위권 성적이 기대되는 페이스입니다. 그러나 LG에는 ‘DTD’,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악몽이 있습니다. ‘Down Team is Down’, 문법이 맞지 않는 문장이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됐습니다. LG는 올해 또 추락할까요? 아니면 상위권을 지켜 두산과 잠실에서 가을야구 명승부를 펼칠 수 있을까요?


서다영(이하 서) : 상승세에서 하필 또 두산을 만나서 루징 시리즈로 기세가 한풀 꺾였네요.


장은상(이하 장) : 지난해 포스트시즌 실패의 가장 큰 원인도 잠실 라이벌 두산에 15패를 당한 부분이죠.


이 : LG의 ‘두산 포비아’, 이 부분은 잠시 후 좀더 깊이 있게 다뤄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DTD와 두산 포비아는 많은 부분에서 연결돼있죠. 단일리그가 다시 시작된 2001년 이후 2018년까지 LG가 두산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시즌은 고작 3번, 상대전적에서 앞선 것도 3번뿐입니다. 그만큼 철저히 당했어요.


강산(이하 강) : 지난해 LG는 7월부터 균열이 시작됐습니다. 7월부터 24승39패로 무너졌는데, 고비마다 두산을 만나 연패를 당했죠.


이 : 지난해 후반기 참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마운드 전력이 전혀 다릅니다. 쉽게 연패를 허용하지 않는 막강한 선발진도 큰 힘입니다.


서 : LG의 지난스프링 캠프 최대 과제는 3루수와 5선발 찾기였어요. 올 시즌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차우찬을 고정하고 류제국, 이우찬, 임찬규가 4선발과 5선발을 경쟁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 김대현, 임지섭, 배재준에 김영준, 손주영까지 선발진에 기용됐던 것과 비교하면 전력상승이 놀랍습니다. 선발투수에게 휴가도 주는 여유가 생겼어요.


장 : 불펜도 좋아요. 선발진이 풍부하기 때문에 불펜이 더 힘을 비축하고 후반기에도 버텨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와 또 다른 강점입니다.


서 : 신인 정우영의 활약도 눈부셔요. SK에서 트레이드된 문광은도 추격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펜 각 포지션 모두 경쟁력이 있습니다.


● 확 달라진 마운드, LG의 힘


강 :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마운드가 굉장히 탄탄해진 덕분에 위험요소는 그나마 덜합니다. 불펜이 지쳐도 긴 이닝을 끌어줄 수 있는 선발들이 있으니까요.


최익래(이하 최) : 16일 LG 마운드의 연속 4사구 타이기록은 충격이었습니다만…. 한 경기일 뿐이고. 결국 팀 평균자책점 상위권 팀의 안정감은 분명합니다. 어제(16일)도 예년과 달리 속절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으니까요.


정재우(이하 정) :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과거의 아픈 기억이 늘 발목을 잡고 있죠. 상대팀들에도 일종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후반기만 되면 LG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달려들죠.


이 : 분명 위험요소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야구라는 종목이 무서운 게 ‘학습효과’는 상대 팀뿐 아니라 ‘우리 팀’도 지배하죠. ‘또 추락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여기저기서 균열이 시작됩니다.


정 : 그게 DTD의 핵심이죠. LG 선수단을 감싸는 제일 큰 불안요소는 심리적 요인일 겁니다. 두산에 번번이 당하는 이유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겁니다.


서 : 김현수 같은 베테랑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최근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력해 보였던 선수들을 모아 여러 말을 하며 힘을 주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이 : LG 선수단이 꼭 극복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팀 성적이 추락하고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지는 듯하면 개인기록에 치중하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곤 합니다. LG가 류중일 감독을 영입한 이유 중 하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팀 DNA’의 이식이죠. 류 감독의 강점은 조용히, 소리 없이 많은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능력입니다.

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 류중일이 이식한 강팀 DNA


정 : 그래서 류 감독이 코칭스태프도 많이 바꿔왔죠.


이 : 몇 가지 약점들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작전 상황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수비 등 디테일한 부분, 왼손 선발에게 유독 약했던 점, 과감한 신인 기용 등 변화가 느껴집니다.


강 : 7월 성적이 굉장히 중요해보여요. 늘 추락은 7월의 부진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이 : 뜨거운 여름,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시작되는 7월이죠. 류 감독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사실 류 감독은 LG에 아무런 연고가 없습니다. 첫 시즌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두 번째 시즌은 순항 중입니다.


최 : 변화의 핵심은 수비인 것 같아요. 마운드도 그렇고, 오지환을 주축으로 한 내야 수비도 그렇고요.


이 : 멘도사 라인에 있는 오지환을 내야 수비의 핵으로 신뢰하며 기용하고 있어요.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도 선수단 전체에 큰 시너지효과를 주고 있고요.


강 : 올 시즌 오지환의 수비는 정말 신기에 가깝습니다. 동작도 빠르고 동시에 안정감도 느껴지고요.


서 : 확실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선수활용 폭이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이 : 퓨처스리그에서 꼭 필요한 포지션에 선수를 공급하는 유기적인 시스템도 좋아 보입니다. 황병일 퓨처스 감독이 이런 부분에서 능력이 굉장히 있어요. 1군, 2군 감독간의 호흡도 사실 매우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도 강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 : 선수 한명을 딱 찍어서 언급하기는 미안하지만, 오지환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죠. 사실 LG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격입니다.


이 : LG가 후반기 마운드 전력에 변수가 발생하면 굉장히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이유는 역시 공격력입니다.

강 : 타격 사이클의 변화가 너무 심하기도 합니다.

LG 조셉. 스포츠동아DB


● 변수가 될 수 있는 약한 공격력과 조셉의 부진


정 : 팀 타율, 득점권 타율, 홈런 모두 9위입니다. 한화와 함께 팀 타격 부문 하위권의 쌍두마차입니다.


서 : 마운드에서는 구원 평균자책점이 유일한 2점대(2.82)에 선발 평균자책점도 3.32(3위)로 아주 안정적인데 공격 뒷받침이 잘 안되고 있어요.


이 : 토미 조셉이 가장 아쉽습니다. 박용택도 부상으로 공백이 길어지네요. 박용택이 빠진 라인업에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 존재하지만,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생산했던 타자가 사라진 셈이죠. 김현수도 최근까지 홈런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대형 거포가 없다는 점은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강 : 타선의 폭발력은 굉장히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나마 수비와 마운드로 먹고 사는 거죠.


정 : 조셉은 오히려 라인업에 짐스러운 존재가 됐습니다. 박용택도 여러 딜레마가 따르죠.

LG 박용택. 스포츠동아DB


● 전문 지명타자 박용택의 딜레마


이 : 박용택은 전문 지명타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력에서 팀 공헌도가 압도적이어야 합니다. 부상 전에도 장타율이 0.264였어요. 돌아온다면 시즌 초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엔트리에 전문 지명타자가 있다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주전 야수들의 로테이션과 숨고르기를 위한 지명타자 출장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최 : 박용택이 빠진 상황에서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고정 지명타자가 LG에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몇 안 되는 고정 지명타자 운영팀이었던 LG는 최근 이형종, 채은성, 김현수 등을 돌리고 있죠. 이 부문이 시사하는 바가 제법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 긍정적인 요소로 보입니다.


최 : 그렇죠. 많은 사령탑들이 144경기 체제에서 고정 지명타자는 독약이라고 입을 모으니까요.


정 : 박용택이 복귀한 뒤에도 이런 장점을 살려가려면 사실 류 감독이 제한적으로 기용해야 합니다. 팀의 간판이긴 하지만 상황에 맞춰 출전 기회를 제한하면 그만입니다.


이 : 이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LG가 류 감독의 손을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기태 감독 시절과는 또 다른 베테랑 기용법이 엿보이네요.


정 : LG 출신 감독은 그렇게 못하죠. 게다가 다른 팀도 아닌 라이벌 삼성 출신의 우승 감독이란 점은 류 감독의 가장 큰 메리트였죠. 팀 개조의 적임자라고 볼 수 있었겠죠. 가장 큰 문제는 조셉으로 보입니다. 분명 장타력은 매력적이지만, 다른 팀 외국인타자들과 비교하면 부상으로 인해 분명 반쪽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 사실 LG가 외국인 3루수 고집을 버렸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굉장히 아쉬워요. 부상도 잦고.


최 :
개막 직후 이탈했을 때는 ‘건강한 조셉’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았는데…. 개막 이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최고의 타자가 될 것이라던 예상과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서 : 류 감독은 조셉에 대해 “홈런을 매일 쳤으면 좋겠는데, 가끔 한 번씩만 치고 만다”며 아쉬워해요. 타율 0.280에 9홈런, 4번타자로는 부족함이 커요.


강 : 딱 우타 조쉬 벨 느낌입니다. 현재로선.


이 : 조셉이 기대만큼만 해줬어도 선두싸움을 하고 있었을 텐데요.

정 : 라이벌 두산과 비교하는 게 미안합니다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훨씬 생산력이 높은 사실도 LG로선 안타깝죠.

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 ‘호미페’가 LG 유니폼을 입었다면?


최 : 그렇죠. 가령 ‘호미페’가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이 : 와~. 페르난데스 LG. 타순은 한 명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리그 전체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죠.


정 : 페르난데스는 두산 타선의 뇌관이더군요. 출루와 장타로 팀 타선 전체를 살리죠. 특히 최근 두산 타선이 삐걱거리는 와중에도 원맨쇼를 펼치고 있고요.


이 : 조셉은 약점을 너무 많이 단시간에 노출시켰습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네요. 혹시 교체 가능성은 있나요? 새 규약이 연봉 총액을 제한하고 있지만, 키움 히어로즈 제리 샌즈 같은 저비용고효율 교체 외국인타자의 성공 사례도 있잖아요. 차명석이라는 스마트한 단장이 있으니 과거와는 다른 과감한 선택을 기대해보기도 합니다.


서 : 일단 류중일 감독은 “조셉의 허리 디스크가 장기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면 모를까?”라는 답변을 한 적은 있습니다.


정 : 다른 타자들이 좀 더 힘을 보태야죠. 지금 버리기는 애매한 것도 현실입니다.


이 : 류 감독이 삼성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사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송삼봉 단장과 찰떡호흡이 있었죠. 류 감독과 차명석 단장은 어때요?


서 : 차 단장은 LG 출신에 코치로도 오래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팀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에요.


강 : 차명석 단장도 시즌 전부터 준비를 잘했죠. 그때 이성우 영입한 덕분에 지금 엄청나게 잘 쓰고 있습니다.


정 : 그동안 LG가 보여줬던 문제점을 단장 한 명이 단시간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여러 기대가 됩니다.

이 : 종합하면 약한 공격력은 박용택 복귀를 제외하면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네요. 후반기 변수 중 하나입니다. 또 한 가지 위험요소는 앞서 말한 두산 포비아입니다. 두산 전이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스포츠동아DB


● 꼭 극복해야 할 두산 포비아

강 :
지난해도 두산과 경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올해는 두산 상대 출발이 상당히 좋았는데 다시 뒤처지네요.


정 :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두산이 SK에 14.5게임차로 앞설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LG 덕이죠. 딱 그만큼이잖아요.


서 :
그래도 올 시즌엔 두산을 만나서 적어도 철저히 무너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최 : 개인적으로 올해 LG가 의미 있는 게, 5강 네 팀에게 14승18패로 약하지만 하위 5개 팀에 26승11패로 강하다는 점입니다. 작년처럼 두산을 상대로 깎아먹고 있는 형국이지만 잡을 팀은 잡고 간다는 의미죠.


정 : SK와 두산을 견제해줄 세력이 필요한데, 키움과 함께 LG가 그 역할을 해줘야죠.


이 : LG는 흥행에도 역할이 큰 구단입니다.


정 : 올해는 특히 순위 양극화가 심한데, SK와 두산의 양강구도까지 고착되면 리그 전체의 흥미가 반감될 테니까요. LG가 진짜 잘해줬으면 합니다.


이 : 합리적인 단장, 2년차에 팀 개조에 성공하고 있는 감독, 그리고 막강한 마운드, 정우영이라는 신예 발굴. 이런 부분이 강점인데, 약한 공격력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입니다. 두산과의 승부도 중요하고요. 저 역시 LG가 두산이랑 플레이오프 치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대합니다.


강 :
2013년 이후 6년 만이겠네요.


이 : 잠실이 들썩들썩 하겠죠.


강 : 적어도 마운드와 수비는 한 번 만들어놓으면 크게 흔들리지 않으니 지난해와 비교해서 위험요소는 적다고 봅니다.


서 : 올 시즌 정우영+고우석 조합이 마운드의 히트작인데, 그 효과가 끝까지 이어졌으면 합니다.


정 : LG가 DTD를 극복하고 3강으로 올라서길 바랍니다!


최 :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가 하위권에 있습니다. LG만이라도!


강 : 7월을 잘 넘겨야 합니다!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야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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