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빛난 실험…KBO리그에 등장한 ‘진짜 오프너’

입력 2019-06-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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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전유수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BO리그에도 ‘진짜 오프너’가 등장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의 초보답지 않은 실험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KT는 1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선발투수 전유수는 3이닝 동안 36구를 던지며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유수가 부상이나 퇴장 등의 이유로 마운드를 급히 내려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유수의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가 ‘오프너’였기 때문이다.

오프너는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처음 고안된 방식이다. 서지오 로모는 5월 20~21일(한국시간) 두 경기 연속 선발등판했다. 그 전까지 MLB 588경기에 나섰지만 선발등판은 한 차례도 없던 로모의 깜짝 변신이었다. 그는 20일 1이닝, 21일 1.1이닝을 던졌다. 흔한 연투였지만 무대가 앞으로 바뀌었다.

선발진에 구멍이 뚫려있던 탬파베이가 다양하게 불펜투수들을 사용하기 위해 꺼내든 고육지책이었다. 탬파베이는 2018시즌을 90승으로 마치며 돌풍을 일으켰다. 현지에서는 로모와 같은 투수를 ‘클로저’의 반대말인 ‘오프너’로 지칭했다.

KBO리그에서도 ‘한국형 오프너’를 표방한 사례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땜빵 선발’ 개념이었다. 전문 불펜 자원에게 제한된 투구수를 맡기며 짧게 끊는 운영은 이날 KT의 전유수 기용이 처음이었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한 전유수는 이날 전까지 통산 335경기에서 386.2이닝을 모두 불펜으로 소화했다. 이강철 감독은 30구 안팎을 투구수로 예고했고, 실제 36구를 던진 뒤 강판됐다. 퍼펙트 투구에도 욕심은 없었다.

KT는 금민철의 2군행과 이대은의 불펜행으로 18일 선발투수 자리가 비어 있었다. 2군에서새로운 선수를 데려오거나, 기존 선발진의 로테이션을 하루씩 당기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무리하지 않고 순리를 따랐다.

전유수 다음으로 3이닝을 소화한 김민수는 23일 수원 NC 다이노스전 선발 예정 투수다. 이 감독은 3실점 속에서도 60구를 채우며 선발투수로 변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6연전의 첫날, 필승조 소모는 주권(1이닝)뿐이었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실험과 실리 모두 어느 정도 챙긴 KT였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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