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뒷담화] 기생충, 재미있었는데 욕 하면서 봤다?

입력 2019-06-26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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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대놓고 뒷담화’는 ‘작품성이고 뭐고 영화는 재미있는 게 장땡’이라는 생각으로 기획해 두 기자가 의식의 흐름대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전문성 혹은 깊이를 바라신다면 이 창을 닫아주시길 바랍니다. 대화에 나오는 영화의 기준은 이미 개봉을 한 작품으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오곡라떼 :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한국 최초 칸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빵빠빵빠방빵

BBl사감 : 너의 우식이가 출연한 '기생충'이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곡라떼 : 기세가 중요하지. 최우식 배우에게 좋은 일이 생겨 덕후1로서 뿌듯해.

BBl사감 : 그런데 최우식 어디가 좋은 거야? '호구의 사랑'에서 '삐약삐약 병아리' 춤 인상적이긴했어.

오곡라떼 : 덕밍아웃은 부끄럽다규. 귀여움을 베이스로 생존본능이 살아있는 눈빛이 '기생충'에서 제대로 나왔지. 팬아저(팬 아니어도 저장하는 짤) 휴대폰 갤러리에 있는 건 안비밀.


BBl사감 : ‘기생충’ 제작보고회 때도 "이번 영화에 자기 분량이 많다"고 자랑하며 깨알같이 토크 분량도 가져갔잖아. 곧 영화 '멍뭉이'로도 보게 되겠군. 공명과 함께 ‘멍뭉이’라니 어울려. 아무튼 '기생충'이 이제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어. 봉준호 감독 작품이기도 해서 잘 될 거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갈 줄은 몰랐어. 나는 800만 대에서 끝날거라 생각했거든. 요즘 영화 흥행은 정말 아무도 예상을 못해.

오곡라떼 : '멍뭉이' 캐스팅 관계자분, 참각막 인정! '기생충' 얘기를 하자면, 분량 자랑을 할 만했어. 기우(최우식 분)가 펼친 기세가 엄청나게 퍼져나갔잖아. 최우식 뿐만 아니라 영화의 묘미는 적절하게 분배된 역할 때문이 아닐까? 어느 것 하나 보이지 않는 캐릭터, 배우가 없었잖아. 스코어도 800만 정도를 예상했는데 칸 빨인지, 봉테일이 숨겨놓은 단서 때문인지 N차 관람이 상당했어. 과연 100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흠~


BBl사감 :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때 1000만 관객 돌파가 큰 의미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 이젠 '1000만'이라는 것이 숫자로는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와' 하고 크게 와 닿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해. 하지만 1000만 돌파를 한다면 좋긴 하겠지? '기생충' 보면서 이상한 점은 없었어?

오곡라떼 : 이상한 점? 기택네 가족 모두가 박 사장네로 모이는 설정부터가 영화적이라는 것 말고는 이상한 부분을 못 느꼈어.

BBl사감 : 이야기 흐름상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박 사장네가 캠핑 간 후에 기택이네가 그 집에서 술판을 벌이잖아. 그런데 밖에서는 폭우가 쏟아졌고. 누구 하나 '박 사장네가 돌아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없다니!! 내가 이상한 건가 ㅋㅋㅋㅋㅋㅋ

오곡라떼 : ㅎㅎㅎ 무계획이 습관인 가족이라 그런 걸까? 덕분에 보는 입장에선 심장 쫄렸어. 그때 등장한 인물이 박사장(이선균 분)이 아닌, 가정부 문광(이정은 분)이라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지만. 인터폰 장면부터는 무서운 영화를 싫어하는 나로선 당황스러웠어. 개인적으로는 긴 통로, 코너 공포증이 있어서 더 무서웠거든. 코너를 돌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있을 거 같았어.


BBl사감 : 놀림잼~ 충숙이(장혜진 분)가 문광이 발로 찰 때 좀 끔찍하긴 했어. 오히려 나는 계단에서 넘어진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런 부분에서 공포를 느꼈거든.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폭우 장면이었어. 정확히 말하면, 욕이 나오는 장면이었지. 박 사장네서 기택 가족이 여유롭게 술 마시면서 비 내리는 것을 구경하잖아. 그 때는 집 안에 있는 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확 받았는데 기택 식구들이 난장판이 된 자기 집을 보면서 허탈해하고 허둥지둥 빠져나올 때 되게 짠했거든. 우리 현실과 굉장히 가까운 모습이라서 그랬는지 욕이 좀 나오더라고. '아 뭐 같네'

오곡라떼 : 호러블!! 접신한 듯한 문광과 지하실 남편 근세(박명훈 분)의 등장이 콜라보를 이루면서 대혼란이었어. 폭우 장면은 정서적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해. 나를 포함해서 관객들이 느꼈을 감정이 어땠을지 예상된 달까? 폭우에 휩쓸리다시피 내려오고 내려오고 또 내려와서 반지하 집에 도달했는데 집이 없어져버렸잖아.


BBl사감 : '기생충'을 보고 나서 ‘자신이 어디에 속한 지 깨닫게 된다’는 댓글도 있더라. 나도 내가 어디 쪽인지 명확하게 알았지.

오곡라떼 : 난 '새삼스레?'라고 답하고 싶어. 오히려 '기생충'을 보고 일상에 감사함을 느꼈거든. 박사장네 처럼 부유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건 돈을 모아서 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감사했거든. 물론 나도 그곳에 올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박사장네와 비슷한 경제력을 지닌 관객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지더라고. '기생충' 설정상 관객 반응이 다양할 수밖에 없긴 했어. 어떤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보고, 어떤 사람들은 웃겼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오열하고.. 난 현실적이라 정말 슬펐던 부분이 있었는데, 기택(송강호 분)이 지금은 백수지만 수많은 일을 해왔었던 사람이었잖아. 발렛일도 했었고, 대만 카스테라 장사도 해봤고 그래도 가난에서 못 벗어났어.


BBl사감 : 문광이네도 마찬가지지. 사실 잔혹한 현실인 것이 결국 돈 버는 사람은 기득권층인데 그걸 위해 싸우는 것이 서민이라는 거야. 재개발을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아. 평생을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사람들과 쫓아내려고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는 용역들, 사실 용역들도 다 같은 서민들일 텐데 결국 돈 있는 자들 때문에 서로를 공격한 거잖아.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 죽긴하지만 그런 모습이 비춰지긴 해서 안타까웠어.

오곡라떼 : 기택네, 문광네가 흥분을 자제하고 잘 협상했으면 박사장이 죽을 일도 없지 않았을까.

BBl사감 : 결국 '공생'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지. 봉준호 감독이 하고자하는 이야기 아니었을까. 다 같이 그냥 잘 삽시다.


오곡라떼 : 잘 살아봅세~ 아! 재미로, 기택네가 마시는 맥주 브랜드가 바뀐 것도 봉테일스러웠어.

BBl사감 : 봉준호 감독 아이디어였다고 해. 그 와중에 엄마 충숙은 남은 맥주가 아까워서 싼 맥주 마신 거래.

오곡라떼 : 또 나는 '기생충' 본 이후로 대중교통 탈 때 종종 냄새를 맡아보려고 한 적이 있어. 박 사장 부부의 사적 대화지만, 정말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을까 싶더라고. 내가 부자들 냄새 맡아볼 일은 없으니까ㅋㅋㅋ


BBl사감 : 푸핫. 그래서 결론이 뭐야.

오곡라떼 : 나는 부자들 냄새 맡아볼 일이 없다? 또 다른 결론은 세트장이지만, 박사장네 집에 놀러가보고 싶다?

BBl사감 : 박사장 집 100% 세트장이래. 이제 없어.

오곡라떼 : 또르르...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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