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준비하는 새로운 경험과 비전

입력 2019-06-27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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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캐피탈

V리그 현대캐피탈 신현석 단장과 김성우 사무국장을 비롯한 3명의 프런트 실무자들은 최근 18박19일의 일정으로 캐나다와 미국을 다녀왔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참가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프로스포츠 산업이 탄탄한 캐나다와 미국에서 다양한 선진 마케팅기법을 배우고 V리그와 현대캐피탈에 적응 가능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보고 느껴보려고 이들은 노력했다.

평균 3시간 밖에 자지 못하면서 많은 곳을 찾아다니고 사람을 만났다. 메이저리그(MLB) 4개 구단과 플레이오프 중이었던 NBA구단도 찾았다. 요즘 인기가 높아진 메이저리그싸커(MLS) 구단을 갔고 연맹 관계자도 만났다. 실내스포츠의 메카인 메디슨스퀘어가든의 투어프로그램도 참가했다. 마침 뉴욕에서 열렸던 PGA챔피언십도 지켜봤다. 아메리칸스포츠센터,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교 스포츠복합시설도 살펴봤다. 배구팀답게 합동훈련 중이던 미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을 만나 서로 협업하기로 약속했다.

프로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 누구라도 부러워할 현지연수와 벤치마킹의 시간이었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그 곳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 그들과 우리는 프로스포츠의 접근이 달랐다

이번 현지연수로 가장 먼저 느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성우 사무국장은 “돈을 버는 것이다. 우리는 경기를 하면서 돈을 못 버는 것이고 그들은 스포츠로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황성욱 과장은 “MLS 관계자와의 미팅이 기억에 남는다. 미식축구 등에 밀려서 쉽지 않을 것이라던 축구를 미국에서 사업으로 성공시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구단의 태생부터가 달랐다. 이익의 공동분배를 추구하는 시스템을 사용해 각 구단이 경쟁하지만 서로 도와가면서 리그를 키워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 당장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프로스포츠 사업으로서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마케팅을 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도 팬들에게 어떻게 만족을 줄지, 스포츠를 매개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팬들이 그 속에서 만족할만한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 1등의 이익을 포기하고 통합마케팅으로 시장을 키운다

이들은 토론토 랩터스의 플레이오프 때 코트에서 가장 먼 곳인 2층 끝 좌석을 티켓당 무려 30만원을 주고 샀다. 그날 토론토의 입장수입은 75억원이었다. 현대캐피탈이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만원관중일 때 벌어들이는 액수가 450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티켓판매로 7억2000만원, 상품화 사업으로 1억8000만원을 벌었다. 93%의 유료관중, 75%의 시즌 좌석점유율이 만든 결과다. 나머지 남자 6개 구단이 모두 벌어들인 액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은 통합마케팅으로 V리그 시장의 확대를 꿈꾼다. 가장 인기 있고 돈을 잘 버는 현대캐피탈이지만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12개 구단과 함께 공통의 사업을 해서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이 V리그 미래를 위해서는 더 필요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김성우 사무국장은 “모든 구단이 다 같이 잘되어야 한다. 구단의 상품화사업을 각 구단이 따로 하면 홈 18경기 밖에 상품을 팔 기회가 없지만 통합마케팅이 되면 V리그 시즌(10월~3월) 내내 모든 구장에서 팔 수 있다. 영업일수가 엄청 늘어난다. 고객이 선택할 상품도 13배로 커진다. 통합마케팅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스포츠를 구성하는 마케팅 이벤트 상품화 사업 시장 등을 함께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스포츠 팀을 가진 것은 대기업이지만 관련 사업은 중소기업보다 못한 소규모다. 그 불균형을 해소해야 리그 전체가 발전한다. 통합마케팅으로 시장을 꾸준히 성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 색다른 경험과 감동의 가치를 찾아서

4명은 현장체험 동안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움직였다. 스스로 티켓을 예매하고 환불과 판매도 해봤다. 그 티켓을 어떻게 받고 어떻게 경기장에 가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를 체험해봤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궁극적인 목표가 돈이지만 팬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자”였다.

경기장에 가기 위한 티켓을 끊는 과정에서 팬이 겪었던 다양한 경험과 경기장의 많은 첨단시설, 경기장 어디에서도 한 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과 첨단과학 장비, 팬에게 제공되는 많은 디지털 정보를 통해 더 많이 알고 경기를 즐기게 만드는 환경과 경기장을 떠날 때 느끼는 만족과 가치까지를 연결된 과정으로 만들어서 제공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티켓을 구입할 때 제공했던 이메일로 구단들이 보내주는 다양한 정보였다. 한 번 경기장을 찾은 이들에게 꾸준히 새로운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다시 경기장을 찾게 만들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속의 어플리케이션(이하 앱)만으로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PGA챔피언십 때는 앱을 통해 다양한 경기과 코스, 선수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었다. 고객으로 참여해 드라이버 티샷을 했던 동영상은 대회 참가선수들의 코멘트를 붙여서 나중에 메일로 보내주는 성의에 감동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NHL 명예의 전당은 기록과 역사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게 해줬다. “어린이들에게는 내가 보지 못했던 과거의 것들을 경험해볼 곳이었고 할아버지들에게는 내가 기억하는 선수와 그 시절의 추억을 만나는 공간이었다. 옛날 하키장비를 사용해보는 공간과 함께 3D를 이용해 내가 골리나 선수로서 골을 넣어보고 막아보는 체험을 하는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 새로운 시즌 현대캐피탈 배구단이 보여줄 새로운 경험은

현대캐피탈은 이번 벤치마킹의 결론을 팬 경험(Fan Experiance)이라고 정리했다. 이는 새로운 시즌 현대캐피탈 배구단이 유관순체육관을 찾는 관중들에게 보여줄 새로운 가치이기도 하다. 이 속에는 ▲ 티켓 세일즈와 서비스의 새로운 경험 ▲ 휴대전화 앱과 이메일을 통한 디지털마케팅 ▲ 수준 높은 경기력과 플레이의 감동 ▲ 경기장에서 팬을 흥분시키는 다양한 즐길 거리 ▲ 눈뿐만 아니라 입을 만족시킬 음식과 음료 등 5가지로 요약했다.

이를 기본 바탕으로 해서 현대캐피탈은 다음 시즌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구체화할 것이다. 물론 완전한 무엇이 나오기까지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스포츠가 출발하고 정착하는 과정과 환경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미국 등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우리에게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지에서 잘 먹히는 방법도 문화와 환경,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 차이 때문에 전혀 다르게 해석될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시도에도 위험은 따른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그렇지만 현대캐피탈은 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V리그는 이제 걸음마를 떼고 혼자 무엇을 해볼 나이다. 현실에 안주해서 리스크를 두려워하면 성장은 없다.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나중에 해보지도 않고 ‘그때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이들은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현지 벤치마킹과 용감한 시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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