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야구 선수, 아마추어 선수에 금지약물 투약 혐의

입력 2019-06-27 1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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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소식이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스테로이드 불법 투약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인이 아닌 청소년, 그것도 프로야구 선수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금지 약물 투약은 초유의 사건이다.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식약처는 서울의 한 야구 아카데미를 압수수색했다. KBO리그 전직 선수 A가 운영하는 곳으로 일반 사회인 야구선수들은 물론 프로 입단을 희망하는 이들까지 수십 명의 수강생이 있다.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이 아카데미를 거친 이들이 프로 유니폼을 입은 바 있어 야구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곳이다.

식약처의 수색 이유는 이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에게 스타노조롤 등 금지약물을 복용시켰다는 제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스타노조롤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금지약물로 지정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근육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키우며 근력 강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투여 과정에서 선수 및 학부모에게 약물의 위법성 및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고지가 없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27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사회인과 엘리트 구분 없이 금지약물 투여가 이뤄졌다. 실제로 수사기관에서 유소년 선수들 대상으로 도핑 테스트를 진행했고, 일부에게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A는 현재 “스테로이드는 내가 복용하기 위해 구입 및 보관한 것”이라고 해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식약처 측은 유소년 선수의 도핑 테스트 결과는 물론 약물 투여방법 등이 적힌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재활의학과 교수이자 KADA 및 KBO 반도핑 자문위원인 이종하 교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유소년 선수에게 치명적이다. 성장판이 일찍 닫히고, 간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효과가 지속되는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의존도가 높다. 성인에게도 위험한 약물을 유소년에게 투약했다면 큰 문제”라고 혀를 찼다. 이어 그는 “사실 금지약물 복용 자체보다 선수들의 경각심이 문제다. 결과지상주의에 빠져 약물에 손을 댄 선수가 프로에서 활약한다면 과연 그를 응원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KADA 측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마추어 체육계에서 도핑검사에 168명이 적발됐다. 적발된 이들 중 보디빌더의 비중이 높지만, 프로 진출을 꿈꾸는 일부 유소년 선수들도 꾸준히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KADA 측 관계자는 “불법 약물이 아마추어 체육계에 뿌리 깊게 퍼져 있다는 의미다. 판매자와 이를 주선한 브로커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KADA는 정보를 입수하더라도 조사 단계에서 막히게 된다.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아마추어 야구계까지 적극적으로 도핑 검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27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할 말 없다”며 연락을 끊었다. 식약처 측은 7월 초 해당 사안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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