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만남, 짧은 동행…다롄을 떠난 최강희의 다음 행보는?

입력 2019-07-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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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의 다음 행선지는?’ 최강희 감독이 부임 5개월 만에 중국 프로축구 다롄 이팡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의 사연이 뒤늦게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새로운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최강희 감독(60)과 다롄 이팡(중국)의 동행이 막을 내렸다.

다롄은 1일(한국시간) “최 감독이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2월 11일 공식 부임한지 5개월 만이다.

최 감독은 올해에만 두 번 구단과 헤어졌다. 지난해 11월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에 부임했지만 모기업이 불미스러운 사태에 휘말려 물러났고, 다롄과도 결별했다.

● 돌고 돌아 만나 더 아쉬운 결말

톈진이 최 감독에게 해고를 통보한 1월 15일, 다롄 단장이 “함께하자”는 연락을 해왔고, 1월 18일 다롄 모기업 완다(WANDA) 그룹의 왕젠린 회장이 최종 결정을 했다. 공식 발표는 늦어졌지만 최 감독은 1월 20일 선수단이 동계훈련을 하는 스페인으로 향했다.

다롄의 관심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8러시아월드컵 휴식기 때 단장이 방한했고, 최 감독이 톈진행을 확정했을 때도 “일이 잘 안 풀리면 우리에게 연락하라”며 정성을 쏟았다.

그럼에도 이별은 빨랐다. 4승5무6패(승점 17)로 10위에 랭크된 다롄의 최근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달 18일(한국시간)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이끌었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스페인)에게 다롄이 연봉 1200만 파운드(약 177억 원)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후 다롄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의구심이 증폭됐는데 결별 소식이 터졌다. 다롄은 최 감독과의 결별 하루 만인 2일 “유럽 빅 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베니테즈 감독을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다롄은 약속을 지켰을까?

중국 언론에 따르면 다롄은 최 감독에게 많은 약속을 했다. 선수단 운영 권한이 그중 하나다. 외국인 스카우트만 예외였다. 실제로 올 초 마렉 함식(슬로바키아)을 영입하는 과정에 최 감독은 관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용병 비중은 절대적이다. 벤치가 개입할 수 없는 전력 보강은 역효과가 나온다. 시즌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 야닉 카라스코(벨기에)는 팀에 융화되지 못했고, 함식과 엠마누엘 보아텡(가나) 역시 협조적이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파트너이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지분을 일부 소유한 모기업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룹 내 유럽 및 스페인 커넥션이 베니테즈 감독 영입에 개입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보고 있다.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 최강희의 미래는?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제대로 몰랐던 측근들도 많았다. 이렇듯 급작스레 사태가 전개됐음에도 다롄은 ‘사임’이란 무난한 표현을 썼다. 떠들썩하던 톈진과 달리 매끄럽게 헤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위약금 등 금전적인 걸림돌도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최 감독에게 관심을 가진 팀들은 여전히 많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정상을 밟았고, K리그 감독상을 6번 수상한 지도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슈퍼리그 내 몇몇 팀들이 벌써 축구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현지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중국 유력매체인 시나 스포츠는 팬들을 대상으로 ‘최강희 감독 사임’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설문을 진행 중이다. 베니테즈 감독이 부임한다는 루머가 처음 터졌을 때에도 “계속 최 감독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팬들의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롄으로 향하면서 지인에게 “많은 돈을 받는 만큼 감독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한국 감독은 다르다는 걸 증명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던 최 감독은 현지에서 다음 행보를 모색 중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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