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2019년 KT, 준비된 초보 감독의 반전

입력 2019-07-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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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질주가 거침이 없다. KT는 4일 수원 삼성전 승리로 창단 최다 8연승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PS) 진출의 희망을 키웠다. 6회말 박경수(맨 왼쪽)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황재균(맨 오른쪽)이 득점을 올리자 동료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2019년 KT 위즈는 이강철 감독(53) 체제로 시작했다. 이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를 역임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창단 후 최고 성적이 9위였던 KT는 당장의 성과보다 패배의식 개선이 먼저였던 팀이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중반부터 야수 포지션 변화를 단행했다. 유격수로 황재균, 3루에 윤석민, 1루에 오태곤을 기용하며 공격력 강화를 시도했다. 수비는 큰 흔들림이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격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개막 12경기 2승10패라는 성적표는 이 감독의 예상보다 떨어졌다. 결국 포지션을 정상화했고, 주권과 정성곤을 필승조로 고정했다. 첫 12경기 성적을 빼면 4일까지 74경기에서 38승35패1무다. 4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창단 첫 2연속 스윕승에 8연승까지 내달렸다. 아울러 창단 이래 최단 기간인 86경기 만에 40승 고지에 올라섰다. 종전 기록은 96경기로, 10경기나 단축했다.

# 8년 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1년 롯데 자이언츠는 양승호 신임감독(59)을 선임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06년 LG 트윈스 감독대행 경력이 전부였기에, 롯데가 내걸었던 ‘대권도전이 가능한 지도자’와 거리가 있었다. 실제로 롯데는 초반 16경기에서 4승10패2무(승률 0.286)로 최하위에 처졌다. 양 감독은 좌익수 홍성흔, 3루수 전준우, 유격수 황재균 카드를 꺼내며 공격력 강화를 꾀했다. 하지만 셋 모두 수비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부진한 성적에 양 감독은 팬들의 눈을 피해 구장 뒷길로 출퇴근할 지경이었다. 이내 야수들의 포지션을 정상화시켰고, 불펜의 역할을 철저히 분업했다. 롯데는 2011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 이 감독은 취임 직후 “초보 감독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선임 직후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초반의 시행착오를 딛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투수 출신 감독임에도 과감한 작전으로 상대를 당혹케 하며 점수를 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주권, 정성곤은 물론 이대은까지 확실한 뒷문지기로 성장했다. 몇 차례 기회에도 부진한 선수는 과감히 라인업이나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 비시즌간 별다른 투자가 없던 탓에 새 얼굴은 외국인 투수 둘과 신인 이대은뿐이었지만 기존 자원의 재배치만으로도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것이다. 이 감독은 “감독에 대한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했지만 모든 일을 내가 직접 결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지만 그 어려움과 익숙해지고 있다.

# ‘8888577’로 대변되는 암흑기를 거친 롯데는 2008년부터 3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2010시즌을 끝으로 결별했다. PS 진출로는 만족할 수 없던 팀이다. 반면 KT는 탈꼴찌에만 4년이 걸린 약체였다. 같은 초보 감독이었지만 선수단 구성과 지향점이 달랐다. KT 관계자들은 “우리가 올해 당장 PS에 가긴 쉽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전반기 끝자락에서 KT는 당당히 PS 싸움 중이다. 비록 PS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패배의식 개선은 1군 진입 5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여기에 구단의 적절한 투자가 더해진다면 KT도 무시 못 할 강팀으로 도약할 것이다. ‘초보’가 아닌 ‘준비된 감독’인 이강철 리더십의 결말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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