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재외동포, 38세 전까지만 체류 제한”

입력 2019-07-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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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1일 유승준에 대해 정부가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2002년 한국 입국을 거부당한 유승준이 2015년 5월 인터넷방송을 통해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

■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 처분은 위법” 고법으로 사건 돌려보내…대법원은 왜?

“병역 의무 해제되는 38세 이미 지나
무기한 입국 금지 형평성 논란 여지”

국민청원 등 반대 여론 우세하지만
17년이면 용서할 때 됐다는 의견도
연예계 “법원 최종판결 지켜봐야”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은 17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까.

11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유승준이 미국의 주 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향후 행정소송에서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유승준에 대한 재외동포 비자(F-4)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날 판결 직후 유승준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유승준과 가족들이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동안 사회에 심려를 끼친 부분과 비난에 대해 더욱 깊이 인식하면서 평생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 대법원의 판결, 왜?

대법원은 “주 LA 한국 총영사관이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13년 7개월 전에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구체적 판단 없이 비자 발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어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 체류 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재외동포법의 취지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 퇴거되는 경우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이 금지되어 있는 출입국관리법 등 취지에 비춰 유승준에 대한 무기한 입국 금지가 형평성에 어긋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38세를 이미 지나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유승준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정부가 계속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수 유승준. 동아닷컴DB


● 유승준에게 무슨 일이?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승준은 1997년 4월 데뷔해 ‘가위’, ‘나나나’ 등으로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군 입대 시기가 다가오면서 각종 방송을 통해 “군에 가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막상 입대를 앞두고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마치지 않았다.

당시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그의 입국 허가를 거부했다. 이후 유승준은 중국에서 활동하며 입국 기회를 엿보며 2015년 9월 LA 한국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심과 2017년 2심 재판부는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 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 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음으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이제 입국 가능?…갑론을박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스티브 유의 입국 금지를 청원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군대 가기 싫어 버린 국적, 억울할 것도 없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20대를 위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입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17년이면 됐다. 사형수도 아니고 오랜 시간 벌 받았다. 이제 용서해줄 때도 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만큼 유승준 관련 사안은 병역의 의무와 관련해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번 판결에 대한 대중 정서는 비판적인 시선이 비교적 우세한 편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 이전인 5일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유승준의 입국과 관련해 벌인 설문조사는 ‘대표적인 병역 기피 사례이니 입국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66.8%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향후 유승준의 국내 활동 가능 여부도 관심을 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뒤 대중 정서와 시선을 기준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유보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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