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이형범은 두산의 무엇을 바꿨나

입력 2019-07-14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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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형범.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투수는 이형범(25)이다.

2019시즌을 앞두고 구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32)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를 기대하진 않았다. 대체 선발투수 또는 롱릴리프로 1군에서 버텨주기만 해도 충분히 성공적이라는 분위기였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아킬레스건과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김강률과 곽빈의 이탈로 인해 필승계투조 구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불펜을 두산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금 두산의 야구에서 불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13일까지 계투진 평균자책점은 3.53으로 3위다.

우려를 기우로 바꾼 주인공이 이형범이다. 팀 내 최다인 47경기에 등판해 5승1패11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는 한 차례도 없다. 롱릴리프로 시작해 셋업맨, 마무리까지 성공체험을 하며 한 계단씩 오른 덕분에 정신력도 단단해졌다. 지금은 셋업맨으로 활약 중인 기존의 마무리투수 함덕주가 잠시 부진했을 때도 사실상 ‘임시직 마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이형범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마무리로 자리를 옮긴 6월부터는 11세이브를 따내며 평균자책점 0.98(18.1이닝 2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롱릴리프와 셋업맨, 마무리는 부담의 강도 자체가 다르다. 보직이 바뀌면서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난이도는 수직상승한다.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투수들도 부지기수다. 이형범은 자신 있는 투구로 성공체험을 하며 자신감을 배가시켰다. 13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4-3으로 앞선 9회말 1사 2·3루에서 연속 삼진(민병헌~오윤석)을 솎아내며 세이브를 따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투심패스트볼(투심)과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 약점도 투심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상쇄하고 있다. 이형범의 투심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움직이는 범위가 40㎝ 이상이다. 상대 우타자들이 배트 중심에 맞히기 쉽지 않은 궤적이다.

두산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다. 선발에서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매끄럽다. 이형범의 활약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운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버텼다”는 김 감독의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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