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석 “웃음기 쫙 뺀 연기, 엄청난 도전이었죠”

입력 2019-07-17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재미있어서!” 조정석은 좀처럼 연기활동을 쉬지 않는다. 드라마와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제 길을 꿋꿋하게 걸어간다. 최근 드라마 ‘녹두꽃’을 끝내고 새 영화 ‘엑시트’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곧이어 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출연한다. 가수이자 아내인 거미는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 SBS 드라마 ‘녹두꽃’서 동학농민군 백이강 열연한 조정석

허구의 인물이지만 역사 재현 부담
‘내 식대로’ 재해석…재미있었어요
아내 거미 씨는 정말 딱 맞는 단짝
내 작품 OST 불러주길 은근 기대


“진중해진 것 같다고요? 아직 철이 안 들었는데, 하하하!”

연기자 조정석(39)은 자신을 “철부지”라고 소개했다. 최근 종영한 SBS 사극 ‘녹두꽃’에서 선보인 어둡고 진중한 모습과는 정반대다. TV속 모습과 달리 남다른 재치로 주변을 늘 웃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이다. 유쾌한 성격 덕분인지 조정석은 그동안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돋보이는 작품에 주로 출연했다.

그런 그가 웃음기를 쫙 뺀 ‘녹두꽃’에 출연한 것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드라마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그를 15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속이 정말 시원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녹두꽃’, 조정석대로 연기”

13일 종영한 드라마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조정석은 농민군에서 독립투사가 되는 백이강 역을 맡아 토벌군이자 이복동생인 윤시윤과 대립하며 시대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면서도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백이강이 가상 인물이라 더욱 고증에 신경 썼다. 내가 역사적 사건에 잘못 접근하면 드라마가 완전히 왜곡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었지만 ‘민초’의 시선으로 그 시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원래 백이강은 ‘독사’ 이미지였지만 ‘조정석대로’ 해보잔 생각으로 달리 완성시켰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의 조정석. 사진제공|SBS ‘녹두꽃’


서울 태생인 그에게는 전라도 사투리 연기가 큰 걱정거리였다. 어색한 사투리 연기로 자칫 극의 흐름을 방해할까 두려워 쉬지 않고 연습했다. 그는 “나중엔 “머릿속에서 사투리로 말을 떠올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여러 모로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며 웃었다.

아쉬운 면을 꼽으라고 하면 시청률이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역사의 한편을 그린 드라마가 잇따라 제작되면서 ‘녹두꽃’에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마지막 회 시청률은 8.1%(닐슨코리아)였다.

“못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이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에 담긴 의미만 바라보며 작업했다. 또 내게 중요한 작품 선택 기준 중 하나가 ‘사람’이다. 이번 현장에선 윤시윤, 최무성 등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거기에다 평소 보여주지 않은 진중한 역할에 사투리 연기까지 했다. ‘녹두꽃’은 내겐 축복과도 같은 기회였다.”


● “아내 거미, 정말 딱 맞는 짝”

조정석은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녹두꽃’을 선택했다. 독립군을 연기하고, 동학농민혁명을 다루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어렵다고 해서 외면하면 배우로서는 한계에 봉착해버린다”고 말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를 연기할 때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건 없다. 어떤 작품이든 내가 하고 싶다고 느끼면 출연한다. 연기자라는 직업은 작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열정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해낼 열정이 생기려면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 공연할 때부터 지켜온 철칙이다. 늘 나를 ‘변주’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내이자 가수 거미는 조정석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작년 10월 결혼한 조정석은 “공식석상에선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으로 ‘거미 씨’라는 존칭을 쓴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요즘엔 거미 씨가 전국투어 중이라 바쁘지만 평소엔 내 작품을 꼼꼼히 모니터링 해준다. 응원을 정말 많이 해준다. 인생에서 겪는 소소한 고민을 나누고 공감해주면서 힘을 보탠다. 정말 딱 맞는 짝인 것 같다. 결혼을 정말 추천한다. 거미 씨가 ‘OST 여왕’이라 내 작품의 OST를 불러줄 법도 한데 ‘몰입이 잘 안 된다’고 하더라. 어느 정도 동감은 한다. 그런데도 ‘언젠가 해줄까?’하는 기대가 든다. 하하하!”

연기자 조정석.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 “아직, 연기가 재밌다”

4월부터 매진한 ‘녹두꽃’을 막 끝마쳤지만 쉴 틈이 없다. 조정석은 31일 개봉하는 영화 ‘엑시트’의 주연으로 나선다. 하반기 촬영을 시작하는 신원호 PD·이우정 작가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출연한다.

“‘엑시트’는 여름과 딱 어울리는 영화다. 시원하게, 박진감 넘치게 볼 수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와 협업은 배우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전작인 ‘응답하라’ 시리즈를 인상 깊게 봤다. ‘녹두꽃’에서 굴곡진 인생을 연기해서인지 소소한 ‘사람 사는 이야기’에도 갈증이 느껴졌다. 차기작이 이를 씻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는 “내년에는 꼭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며 벌써 새 계획을 세운다. 조정석은 작품 목록을 빼곡하게 채워가는 원동력으로 “다행히도 아직 너무나 재미있는 연기”를 꼽았다. 곧 다가오는 40대에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며 여전한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 조정석

▲ 1980년 12월26일생
▲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으로 데뷔
▲ 2007년 뮤지컬 ‘첫사랑’·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
▲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대종상 신인상 및 조연상
▲ 2013년 KBS 2TV ‘최고다 이순신’·연기대상 우수연기상
▲ 이후 영화 ‘관상’·‘나의 사랑 나의 신부’ 주연 등
▲ 2017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연기상(SBS ‘질투의 화신’)
▲ 2019년 영화 ‘엑시트’·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