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 고집하던 최강희의 옷차림이 달라진 이유는?

입력 2019-07-17 1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강희 감독. 사진출처 | 시나스포츠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면 그의 옷차림은 말쑥한 정장이었다. 아무리 무덥고 습한 여름에도 상의를 벤치에 가지런히 벗어놓을 뿐 답답한 와이셔츠를 고집했다. 여기에 2005년 여름부터 지난해까지 몸담은 K리그1 전북 현대의 고유 컬러인 녹색 계열의 넥타이는 오랜 시간 굳어진 트레이드마크였다.

“지도자도 때론 자극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도전을 하고 싶다”며 지난 연말 중국 슈퍼리그로 발걸음을 옮긴 최강희 감독(60)은 좀처럼 양복을 벗는 일이 없었다.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랬던 그가 양복을 벗어버렸다. 최근 6개월간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 다롄 이팡을 거쳐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최고 명문 상하이 선화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이제 정장도 넥타이도 고집하지 않는다. 코치진과 지원 스태프, 벤치에서 호출을 기다리는 선수들과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벤치에 앉는다.

최 감독이 처음부터 트레이닝복을 찾은 건 아니었다. 다롄 이팡에서도 초반 두 경기까지는 정장을 입었다. 시즌 개막전인 허난 전예과의 원정경기에서 1-1, 광저우 푸리와의 원정 2라운드에서도 3-3으로 비기자 숨이 턱 막혔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3경기 무승(1무2패)을 했으니 승률이 썩 좋다곤 볼 수 없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스킨십이다. 전북에서는 무섭고 강한 이미지였다면 중국에서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최 감독은 전북 시절 “실전보다 훈련이 끔찍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큼 팀을 혹독히 조련했지만 중국 선수들에게는 맞춤형 훈련을 적용했다. 특히 상하이 선화에선 시즌 도중 부임해 체력을 키워주고 딱딱하게 대할 겨를조차 없다. 선수들이 편하게 감독을 대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중국 선수들도 최 감독의 진심을 이해한다. 5개월 간 함께 했던 그가 떠날 때 다롄 이팡 선수단이 오열하고 눈물을 쏟은 장면은 이곳에서도 큰 화제였다. 국적도 문화도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 탓이다. 상하이 선화의 파란색 넥타이를 최 감독이 착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상하이(중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