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수구 눈물의 이별…이것이 끝이 아니길

입력 2019-07-22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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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선수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쏟았고, 관중에게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순간에도 촉촉한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여자수구의 위대한 여정이 끝났다. 22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한국은 0-30으로 패하며 최하위(16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별리그 3전 전패로 순위 결정전에 밀렸고, 이어진 두 차례 승부에서도 모두 패했다. 충격적인 결과는 아니다. 꼴찌라는 성적은 예견됐다. ‘대표팀’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할 만큼 급조된 팀이었다. 대회 개막이 임박한 5월에야 긴급 선발전을 거쳐 13명을 뽑았다. 경영을 하던 고등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중학생도 두 명이나 포함될 정도로 선수 확보부터 어려웠다.

그러나 도전 자체를 누구도 폄훼할 수 없다. 목표는 ‘1골’이었다. 소박한 꿈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였다. 결국 해냈다. 헝가리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64로 대패한 뒤 러시아와 2차전에서 ‘국제무대 첫 골’을 기록했다. 캐나다와 3차전에서 두 골, 첫 순위결정전 상대인 남아공을 상대로 세 골을 뽑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살인일정의 영향이 컸다. 이틀에 한 경기씩, 그것도 온전히 48시간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스케줄에 컨디션은 바닥을 쳤다. 더욱이 거친 몸싸움이 많은 수구는 체력이 필수다.

선수들의 바람은 대회를 준비하고 시작할 때처럼 아주 소박하다. “계속 수구를 할 수 있길 희망 한다.” 절망에서 희망을 얻었고, 고난과 역경을 이기며 목표를 이뤘으니 오늘이 끝이 아닌, 새로운 내일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 여자수구 최초의 국제무대 득점자에 이름을 올린 경다슬(18·강원체고)은 “매 경기를 사력을 다해 뛰었다. 아쉽지 않다. 모든 순간이 최고의 기억”이라고 했다. 동료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김예진(18·창덕여고)은 “경영에서 잘하는 선수가 아닌 내가 수구를 하며 행복했다”고 했고, 캡틴 수문장 오희지(23·전남수영연맹)는 “클럽 팀을 꾸려서라도 수구를 계속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전했다.

분위기도 조성됐고, 구성원들의 각오도 뚜렷하다. 이제 대한수영연맹이 응답할 차례다.

광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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