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송강호 “세종대왕, 기존 모습 깨트리고 새롭게 재창조 노력”

입력 2019-07-23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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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과 상식을 깨는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와 배우들의 역동적인 연기 앙상블, 진정성 넘치는 연출력이 선사하는 묵직한 울림과 여운으로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나랏말싸미’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위대한 임금, 그 이면에 있던 인간 ‘세종’의 모습을 그려내 눈길을 모은다.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수없이 극화된 ‘세종대왕’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투철한 임금,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이었다.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나랏말싸미’는 ‘세종’의 위대함보다는 그 이면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모든 백성이 읽고 쓸 수 있는 새 문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종’(송강호)은 왕권 강화를 견제하는 유신들의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특히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스님 ‘신미’(박해일)와 함께 훈민정음을 창제하려는 ‘세종’의 앞을 끊임없이 가로막는 유신들의 날카로운 견제에 고민하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종’의 모습은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이 좌절하고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안질(눈병)과 소갈증(당뇨병) 등 평생을 앓아 온 질병에 고통받고, 새 글자가 완성되기 전 실명할지 모른다는 조급함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의 신념은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애민정신을 전한다.


한편, 평생 뜻을 같이한 반려자인 ‘소헌왕후’(전미선)를 대하는 ‘세종’을 지켜보는 과정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신하들과의 첨예한 힘겨루기와 끝이 보이지 않는 한글 창제 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하다가도, 술 한잔을 하기 위해 아내의 눈치를 보는 ‘세종’의 모습은 애틋함과 친근함을 더하며 훈훈한 미소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새 문자라는 필생의 과업을 위해 당시 금기되었던 불교를 진리로 받드는 스님 ‘신미’와 협업하는 모습은 ‘세종’의 유연성과 포용력, 호방함을 보여준다. 가장 높은 곳의 임금 ‘세종’과 가장 낮은 곳의 스님 ‘신미’를 비롯해 ‘소헌왕후’, 대군들, 신미의 제자들, 새로 태어난 문자를 익혀 널리 퍼뜨렸던 궁녀들까지. 신분과 격식을 뛰어넘어 백성을 위한 문자, 한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세종’을 연기한 송강호 배우가 “보이지 않는 이미지 속에 갇혀 있는 세종대왕이라는 위대한 성군에 대한 기존의 모습을 깨트리고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듯 위인전의 주인공이 아닌 고뇌와 번민 속에 좌절과 성취를 함께 겪는 위대함 뒤편에 숨어 있는 인간 ‘세종’을 지켜보는 것은 한글 창제 과정의 역동성과 더불어 ‘나랏말싸미’가 가진 가장 큰 재미가 될 것이다.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한글을 만들기 위해 신념을 꺾지 않고 노력을 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낼 영화 ‘나랏말싸미’는 7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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