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유니폼 벗고 아마추어 지도…인생 2막 연 ‘율판왕’ 김사율

입력 2019-07-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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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율은 롯데와 KT를 거치며 20년간 프로에서 활약했다. 화려했던 한 시대를 뒤로한 그는 이제 야구 아카데미 원장으로 변신했다. 프로 입단을 지망하는 이들부터 사회인 야구인까지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포츠동아DB

‘끝판왕’.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던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의 별명이다. 150㎞ 이상의 ‘돌직구’로 무장한 오승환은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힌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묵묵히 20년간 프로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이가 있다. 34세이브로 롯데 자이언츠의 단일 시즌 세이브 최다 신기록을 세웠던 김사율(39)이 그 주인공이다. 팬들은 그를 일컬어 ‘율판왕’이라고 부른다. 대기록은 남기지 못했지만 마지막 팀 KT 위즈에서 은퇴식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그의 가치가 돋보인다.

유니폼을 벗은 그는 경기도 수원에 ‘참 베이스볼’이라는 야구 아카데미를 열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선수부터 일반 사회인 야구인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배움의 장’을 열었다. ‘진심은 통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그런 그를 스포츠동아가 만났다.


● 주장과 팀 신기록, 화려했던 2012년의 김사율


-멋진 은퇴식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고했다. 여러 순간이 생각났을 텐데.

“아무래도 프로 첫 등판과 마지막 등판이 생각난다. 하지만 가장 빛났던 순간은 2012년 50경기 등판 34세이브, 평균자책점 2.98)이다. 당시 롯데 구단 세이브 신기록이었다. (손)승락이가 2017년 37세이브를 기록하며 기록을 깼지만, 그때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당시 투수 출신으로 드물게도 롯데 주장을 맡았다.

“손민한, 염종석 선배 정도 되는 투수만 롯데 주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성적도 성적인데 팀을 아우르는 자리 아닌가. 얼떨떨했지만 오히려 성적에는 도움이 됐다. 개인적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팀만 생각했다. 그게 좋게 작용했다. 주장일 때도, 신생팀 KT로 이적했을 때도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였다. 지금도 그 경험은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KT에서도 4년간 뛰며 신생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참 때 배운 게 더 많다. 내가 생각하는 베테랑은 배움의 시간인 것 같다. 내가 야구를 잘할 때는 잘하는 대로, 못할 때는 못하는 대로 얻어가는 게 많다.”

‘율판왕’ 김사율(앞쪽)은 ‘참 베이스볼’ 야구 아카데미 원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와일드볼TV’ 촬영을 하며 스포츠동아 이경호 기자를 지도 중인 김사율. 스포츠동아DB


●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가 목표”


-유니폼을 벗은 지 8개월, 아카데미를 개업한 지도 반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익숙하진 않다. 아마추어 시절을 합치면 30년 동안 유니폼을 입었다. 매일 유니폼을 입고 팀 훈련을 받다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쉽지는 않다. 선수 때는 내가 최우선이었다. 운동이나 몸 관리 모두 내 기준대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를 지망하는 이들부터 야구를 좋아하는 일반인들까지 모두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많이 배운다.”


-은퇴 선수들에게는 여러 행선지가 있다. 아카데미를 연 이유가 궁금하다.

“대부분의 은퇴 선수들에게는 프로에서 지도자를 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시야를 바꿔보고 싶었다. 아마추어에서 꿈나무들을 가르치는 것은 프로 코칭과 아예 다른 영역이다. 밑바닥부터 공부하며 내공을 쌓고 싶다. 궁극적인 꿈은 지도자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선수 시절의 경력만을 내밀며 코치로 변신하고 싶지는 않았다.”


● 코치 김사율, 최대 난관에 부딪히다?

최근 스포츠동아 취재 기자들은 한 가지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입 야구들의 몸 야구 도전기’로 명명한, 야구 체험이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아온 이들이 사회인 야구계를 평정하기 위해 명사들을 찾아가 꾸준히 레슨을 받는 내용이다. 투수 파트는 김사율이 담당한다.


-아카데미 이름이 참 베이스볼이다. ‘사율 아카데미’ 등 이름을 넣지 않았는데.


“진정성, 참되다는 의미다. 일련의 사건으로 야구 아카데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있는 건 알고 있다. 참 베이스볼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참된 지도를 하고 싶다. 야구든 인성이든 모두.”

-와일드볼TV는 120~130㎞를 목표로 시작됐다. 과연 일반인이 130㎞를 던질 수 있을까?

“우리 때 스피드 건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속도를 던진 것 같다. 정말 어려운 도전일 것이다. 특히 투수는 오랜 시간 반복적인 과정 숙달이 필요하다. 신동이 나오기 어렵다. 무모한 도전이다.”

스포츠동아와 김사율의 만남은 네이버TV, 유튜브, 동아닷컴 VODA 등 다양한 영상 플랫폼에서 ‘와일드볼TV’ 검색으로 만나볼 수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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