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입지 확인했지만…쑨양은 도쿄로 향할 수 있을까?

입력 2019-07-2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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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양. 사진제공|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쑨양(중국)은 2020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까.

쑨양은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일찌감치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1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2초44로 정상을 밟았다. 23일 자유형 200m에서도 1분44초93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쑨양이 공들이는 종목들이다.

그런데 메달을 추가할수록 분위기는 냉랭하다. 200m 결선에서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가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음에도 부정출발로 실격(DSQ)돼 쑨양이 1위에 오르자 관중석에서는 환호 못지않은 야유와 휘파람이 동시에 나왔다.

쑨양의 시상식은 광주대회 최대의 볼거리(?)가 됐다. 400m 준우승자 맥 호튼(호주)과 200m 공동 동메달리스트 던컨 스콧(영국)은 시상대에서 쑨양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걸 거부했다. 쑨양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부터 자신을 저격한 호튼에 이어 스콧의 외면까지 받자 참지 못하고 “루저(패배자)”라는 표현을 써 FINA의 경고를 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지약물 논란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2014년 ‘가슴 두근거림’으로 처방받은 약물에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혈관확장제)이 포함돼 3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9월 도핑테스트를 거부하며 혈액 샘플이 담긴 유리병들을 깨트리는 소동을 빚은 사실을 영국 언론이 공개해 더욱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FINA는 “보도가 없었다면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란 궁색한 이유를 대며 쑨양에게경고만 했다. 이에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가운데 평결이 늦어져 쑨양은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호튼과 스콧은 여기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 서방 수영강국들의 일관된 주장. 하지만 FINA는 공식 파트너로 생수업체 농푸가 합류하는 등 후원에 적극적인 중국 자본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상황 자체는 쑨양에게 유리하지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핑 문제를 엄격하게 다룬다. 국가 차원에서 금지약물을 권장하고 도핑테스트 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러시아에게 리우올림픽과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일부 종목을 배제시키거나 국기를 포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쑨양이 스콧에게 고함을 지른 이날 현장에는 FINA 회의 참석차 방한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러시아에 철퇴를 내린 장본인이다. 9월 CAS 평결에서 가려질 쑨양의 도쿄행 여부는 당분간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다.

광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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