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두꽃’ 최무성 “늘 변화 꿈꿔…언젠가는 중년 멜로 도전할 것”

입력 2019-07-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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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무성은 지난해 ‘미스터 션샤인’과 올해 ‘녹두꽃’을 통해 잇달아 역사 속 인물을 연기했다. 그는 “왜곡되지 않도록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이매진아시아

■ SBS ‘녹두꽃’ 전봉준 역 열연한 최무성

의병 이야기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부분
역사 속 전봉준보다 더 인간적으로 접근
최대한 비슷해지려고 체중 20kg 감량도
사람들이 필요하고 건강한 이야기 좋아


배우 최무성(51)은 근현대사에서 또 하나의 아프고 슬프며, 또 처절했던 시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최근 종영한 SBS ‘녹두꽃’을 통해 1800년대 후반 봉건구습과 제국열강에 저항하고자 농민들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이 되었고, 지난해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1900년대 일제의 침략 야욕으로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린 수많은 의병 중 한 명으로 안방극장에 역사를 펼쳤다. 22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세상을 올바르게 살기 위해 되새겨야 하는 이야기라면 꼭 출연한다”고 했다.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에 “흔쾌히” 참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 “역사적 인물, 뿌듯하고 자부심 느낀다”

최무성이 연기한 전봉준과 이름 모를 의병. 2019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세워준 인물들이다. 그는 “거대한 인물을 맡아 과분하고 영광”이라며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 때문일까. 한 작품을 끝내면 캐릭터의 여운을 빨리 털어내는 그이지만, ‘녹두꽃’으로 경험한 연기 이상의 감정을 떠올리면 “어느 순간 울컥할 것 같다”고 말한다.

최무성은 역사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봉준을 좀 더 인간적으로 바라봤다. 수많은 민중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이성적 판단을 해야만 하는 위치이지만,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는 결정을 내릴 때에는 분명 감정의 소용돌이에 있을 것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촬영 전 관련 서적과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며 느낀 건 전봉준은 인간적인 면이 큰 인물이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려고 노력한 것 같다. 지도자이지만 위에 서 있지 않는, 평등한 입장으로 모두를 대했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둬 정치가와 평범한 인간으로서 모습을 완급조절하며 연기했다.”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의 최무성(오른쪽). 사진제공|SBS ‘녹두꽃’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인물을 표현했지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전봉준의 ‘기’에 눌릴 것 같아” 최소한이지만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정보는 빼놓지 않고 챙겼다. 그래서 다이어트도 시도했다. 역사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봉준은 최무성과 정반대의 왜소한 체구이다. 그는 “영화 때문에 몸무게가 105kg까지 늘어난 상태여서 무리이지 않을까 했는데, 정현민 작가는 인물이 주는 큰 느낌을 원했다”며 “그래도 최대한 덩치가 커 보이지 않도록 한 달 넘게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85kg까지 뺐다”며 웃었다.

작은 목소리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되뇌며 우금치 전투 촬영 당시를 돌이킨다. 연출자 신경수 PD의 지휘 아래 자신을 포함한 연기자들과 400여 명의 보조출연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한다.

“신 PD가 촬영 전 ‘잘해봅시다’라고 외쳤다. 시청률이나 완성도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가 그 시대로 돌아가 선조들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사명감을 갖고 잘해보자는 의미였다. 비록 연기였지만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실제 그 순간에 있는 것 같았다.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연기했다.”

● “기회가 되면 코미디, 중년 멜로 도전하고 싶다”

최무성은 늘 변화를 꿈꾼다. ‘미스터 션샤인’을 끝내고 ‘녹두꽃’ 출연을 결정하면서 비슷한 분위기의 캐릭터가 부담스러웠지만, 이 또한 극복하는 것이 배우의 임무라고 여겼다. 이를 통해 자신의 다음 모습을 기대하는 즐거움을 끊임없이 만들고 싶다.

“대중은 드라마를 보기 위해 3개월여, 영화는 약 2시간을 투자하지 않나. 저는 대중의 시간 일부를 공유하는 셈이다. 대중이 어렵게 낸 시간 안에서 내 연기가 얼마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한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편이다.”

배우 최무성. 사진제공|이매진아시아


그가 선택한 작품은 한창 촬영 중인 영화 ‘뜨거운 피’로, “본능에 충실한 욕구 덩어리 조폭”을 맡았다. “최근 나라를 책임지는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가벼운 캐릭터가 그립다”는 그는 “게으른 삶을 살지만 애환을 가진 인물이나 코미디 또는 중년 멜로를 하고 싶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래도 장르와 캐릭터는 여전히 무엇이든 상관없다. 작품의 내용이 자신의 양심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환영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건강한 이야기라면 출연하는 것이다. 제 양심을 거는 거니까 주변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랬으면 ‘1급기밀’ 출연 못 했을 거다. 반일 내용의 이야기도 괜찮다. 제가 한류스타는 아니지 않나. 하하!”


● 최무성

▲ 1968년 1월12일생
▲ 2005년 영화 ‘사과’로 데뷔
▲ 영화 ‘세븐 데이즈’ ‘악마를 보았다’ ‘풍산개’ ‘베를린’ ‘1급기밀’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등
▲ 2014년 연극 ‘야간여행’
▲ 2015년 tvN ‘응답하라 1988’로 주목
▲ 2016년 영화 ‘설행 눈길을 걷다’·춘사영화제 조연상
▲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슬기로운 감빵생활’ ‘미스터 션샤인’ ‘녹두꽃’ 등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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