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비 온다고요? 아니요, 비올라라고요

입력 2019-07-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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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김남중에게는 늘 ‘사랑하는’, ‘따뜻한’, ‘훈훈한’과 같은 형용사가 따라다닌다.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음악감독, 지휘자, 공연기획자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언젠가 클래식 융·복합공연을 장기 공연하는 꿈도 갖고 있다. 사진제공|jeremyvisuals

■ 비올리스트 김남중의 ‘오늘은 비, 올라’

“악기 모르는 이에게 쉽게 다가가
연극·무용 융·복합 음악극 탄생
땀 냄새 나는 클래식 공연 준비”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유학. 2005년부터 9년 간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 미국 뉴욕 카네기홀(2014), 베를린 필하모닉홀(2015), 러시아 글린카콘서트홀(2018), 미국 템플대학(2019) 등 전 세계 유명 콘서트홀에서 연주. 비올리스트로서는 최초로 미국 뉴욕 UN본부 총회의장에서 독주연주회를 가졌으며, UN 국제평화기여 예술가상 수상.

비올리스트 김남중(41)은 클래식 연주자로서 그 누구 못지않게 화려하고 두터운 이력을 쌓았다. 솔리스트로 전향한 후에는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음악감독, 지휘자, 공연기획자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융복합공연예술축제 ‘2019 파다프(PADAF·7/2∼6)’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관객에게 선보인 ‘오늘은 비, 올라’는 그의 음악적 재능과 경험의 총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몇 번의 인터뷰 고사와 연기 끝에 김남중을 스포츠동아 인터뷰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최근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수상 얘기인가? 파다프로부터 최우수음악상을 받았다. 내심 연기상을 노렸는데.(웃음)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너무 긴장했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무대였다.”


-수상작이자 개막작인 작품의 타이틀이 ‘오늘은 비, 올라(연출 김예나·조연출 차승혜)’였다. 무슨 의미인가.

“대학 시절 소개팅 같은 데 나가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비올라요? 비가 온다고요?’ 하는 농담을 듣곤 했다. 그때는 참 듣기 싫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비올라라는 악기를 잘 모르더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표현이고, 이 작품은 비올라도 주인공이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붙여보았다.”

비올리스트 김남중.


-‘오늘은 비, 올라’는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었다. 보통은 피아노 한 대가 비올라 연주의 뒷받침을 하는데 이번엔 아코디언 연주자(알렉산더 셰이킨), 연극배우(김한), 무용수(오주원), 타악기 연주자(김민석)가 총출동했다.

“몇 년 전에 파다프 공연을 봤는데 다양한 장르의 예술분야가 합쳐져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새로웠다. 나도 저들과 어우러져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클래식 음악에 연극, 무용과 같은 요소들을 ‘동등하게’ 융합시킨 작품을 고민했고, 결국 ‘오늘은 비, 올라’가 나오게 됐다. 연극이 있는 비올라 연주회냐, 비올라 연주가 있는 연극이냐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난 그냥 음악극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연주자와 대학로는 어쩐지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 것 같은데.

“이번 공연이 끝나고 겁이 더럭 났다. 대학로가 너무 좋아서.(웃음) 클래식 콘서트를 준비하는 것과 정말 많이 다르더라. 땀 냄새라고 해야 할지. 소품 하나, 조명 하나까지 다 손길이 가야했다. 사서 한 고생이지만 너무 좋아서 큰일이다. 하하! 이 공연을 한 번만 하기는 서운하고, 더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 요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김남중에게는 늘 ‘따뜻한 예술가’, ‘봉사하는 연주자’, ‘아름다운 삶’이란 수식어가 강력하게 접착되어 있다. 그는 한국루게릭병협회, 메신저인터내셔널, 함께하는재단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으며, 장애인과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따뜻한 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 학생들이 나무통 울리는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맹학교를 찾아가 연주를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온몸의 세포를 곤두세워서 내 소리를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는 체질인데 이날은 정말 최선을 다해 연주를 했고, 돌아와서 일주일 내내 앓았다.”

김남중이 묵직한 비올라를 어깨 위에 올리고 현 위에 활을 얹었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테마곡이 흘러나왔다. 마음은 물론 몸까지 훈훈해지는 소리. 그날도 이런 소리였을까. 비올라가, 김남중이 내게 말을 건네 오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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