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차별행동 안 돼’ FINA의 규정 신설, 쑨양 사태 더 키웠다

입력 2019-07-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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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양 패싱’이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국제수영연맹(FINA)이 시상식 보이콧 등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히면서 또 다른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쑨양(가운데)과 호주의 맥 호튼(맨 왼쪽). 사진제공|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중국 수영스타 쑨양(28)을 향한 연이은 타국 선수들의 불만표출에 국제수영연맹(FINA)이 제동을 걸었다.

25일 대한수영연맹은 “FINA가 23일 회원국들에게 ▲ 메달 세리머니(시상식) ▲ 기자회견에서 정치·종교적, 어떠한 차별적인 입장과 행동을 드러낼 경우, 메달을 박탈하거나 향후 대회 출전을 금지시킬 수 있다는 선수 행동규범 조항을 신설해 공지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규정이 추가된 시점이 묘하다. 21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준우승한 맥 호튼(호주)이 시상식에서 우승자 쑨양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한 직후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 400m 정상에 오른 호튼은 은메달리스트 쑨양을 향해 “금지약물 복용 선수와 인사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틈날 때마다 쑨양을 저격하며 성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2014년 금지약물로 3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쑨양은 지난해 9월 혈액샘플이 담긴 유리병을 훼손하는 등 도핑 테스트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영국 언론에 의해 공개돼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FINA의 경고조처에 반발한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9월 판결이 나온다.

시상식에서의 ‘쑨양 패싱’은 호튼으로 끝나지 않았다. 23일 200m 결선 직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공동 3위를 차지한 덩컨 스콧(영국)은 2위로 골인하고도 선두 리투아니아 선수의 실격으로 금메달을 딴 쑨양을 외면했다. 메달은 거부하지 않았으나 기념촬영에 함께 나서지 않았다. 분을 참지 못한 쑨양이 “패배자”라고 고함을 지른 것도 화제가 됐다.

다만 스콧이 FINA의 규정 신설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호주 매체는 “새 규정은 200m 직전에 전파됐다”고 했다.

쑨양과 FINA의 결정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선수촌에서는 호튼을 향해 박수가 쏟아졌다. 릴리 킹(미국), 애덤 피티(영국) 등도 비슷한 의사를 내비쳤다. 피티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도핑은 허용될 수 없다. 쑨양은 출전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주요 외신들은 “FINA에 반대하면 메달을 잃는다. 깨끗한 선수들을 향한 또 다른 차별”이라고 우려했다. 쑨양과 호튼의 갈등으로 촉발된 논란이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형국이다. CAS가 쑨양의 부정행위를 인정하면 FINA도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안팎에서 뜨겁게 달구고 있는 쑨양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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