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오동 전투’ 유해진 “이 역 맡아도 되나 걱정”

입력 2019-08-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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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개봉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의 주연 유해진은 부담감과 책임감 속에서 “독립군 이야기의 의미만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쇼박스

■ 항일무장투쟁 영화 ‘봉오동 전투’로 돌아온 유해진

독립군 해철 역 유해진
그분들께 해는 안 될까 노심초사
승리한 전투 통쾌한 매력에 끌려


유해진(49)과 류준열(33)이 봉오동 전투를 치르고 돌아왔다. 이들이 지난해 강원도와 제주도 일대에서 재연한 독립군의 처절한 전투사가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제작 빅스톤픽쳐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화는 1920년 중국 지린성 일대에서 무장투쟁을 벌인 독립군이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의 기록이다. 농부였던 유해진은 빼앗긴 고향땅을 되찾으려 칼을 든 독립군 해철 역으로, 류준열은 사명감으로 뭉친 독립군 분대장 장하 역으로 각각 나섰다. 뜨거운 여름, 처절했던 역사의 현장인 봉오동으로 관객을 인도할 두 배우를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의미 있지만 제가 맡아도 되나. 양심적인 면에서 고민했습니다.”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뿐 아니라 ‘말모이’, ‘1987’, ‘택시운전사’까지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 속에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민초’의 삶을 주로 연기했다. 부담감과 책임감 속에서 그는 “그 분들의 대변인이 될 수 있을까, 해는 안 될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봉오동 전투’로 목숨을 걸고 나라를 되찾으려는 인물을 연기한 그는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웠지만 그동안 그려지지 않은, 희생된 독립군 이야기의 의미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100년 전 독립군의 대승인데 역사책에는 아주 짧게 남았어요. 수많은 분들의 희생이 저를 영화로 끌어들였어요. 승리한 전투에 통쾌한 매력도 느꼈고요.”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의 유해진. 사진제공|쇼박스


유해진은 극중 독립군 무리의 리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독립군들은 구운 감자 하나를 놓고 각자 고향에서 이를 어떻게 부르는지 설명한다. 소박하면서도 애잔한 장면은 당시 독립군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처절한 전투를 주로 그리지만 영화에는 의외의 유머도 적절히 녹아 있다.

“생사를 오갔지만 늘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한 상황을 답답하지 않게 풀어주는 것도 독립군 리더의 역할 아니었을까요.”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의 첫 시사회 전날, 불면의 밤을 보냈다. 1997년 영화 데뷔작인 ‘블랙잭’의 시사회를 앞두고 “가슴이 터질 듯한” 긴장감에 시달린 기억이 여전한,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했다.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하잖아요. 어휴∼. 발가벗는 느낌이에요. 오죽하면 ‘기자, 간, 다음에’ 하고 싶다고 말하겠어요. 하하!”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 출연진 가운데 최연장자다. 데뷔 시절 선배 허준호로부터 “40대가 되면 외롭다”는 말을 들었다는 그는 “이번 현장에선 (조)우진이와 술을 자주 마셨지만 매번 내가 있어도 되나 싶었다”며 웃었다.

“영화 처음 시작할 땐 200개 정도 상황을 준비해 현장에 갔어요. 끝나면 ‘이렇게 할걸’ ‘이건 왜 안 했지’ 후회했죠. 30대 후반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 이젠 조금 느슨해졌어요.”

‘봉오동 전투’는 산악전투를 주로 그리는 만큼 고지대에서 촬영했다. 그는 늘 걸어서 오르내렸다.

“명상의 시간이죠. 주로 잡생각이지만. 하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촬영장에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아요.”


● 유해진

▲ 1970년 1월4일생
▲ 1997년 서울예술대 연극과 졸업
▲ 고교 2년 시절 청주 기성극단 청년극장 입단
▲ 극단 목화 단원
▲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 2002년 ‘공공의 적’으로 주목
▲ 2005년 ‘왕의 남자’, 2006년 ‘타짜’, 2009년 ‘전우치’ 등 흥행
▲ 2010년 ‘이끼’·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조연상
▲ 2014년 ‘해적:바다로 간 산적’·올해의 영화상 남우조연상
▲ 2015년 ‘베테랑’
▲ 2017년 ‘택시운전사’ ‘1987’
▲ 2018년 ‘말모이’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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