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4년 활동한 한국인 피지컬 코치가 말하는 중국 슈퍼리그의 현재

입력 2019-08-12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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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슈퍼리그는 무섭게 성장했다. 상하이 선화 최강희 감독과 김신욱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고, 김민재의 중국 이적도 국내에서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텐진 텐하이 박충균 감독도 중국에서 활동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제 중국 축구 뉴스는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 4년간 중국리그에서 꾸준히 활동한 신재명 피지컬 코치를 통해 중국 축구의 현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신재명 코치는 포르투갈 카사 피아 A.C. 브라질 SC 인테르나시오날, 부산 아이파크, 일본 쇼난 벨마레, 중국 다롄 트랜센던스, 바오딩 롱다 등을 거친, 축구 피지컬 분야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신재명 코치는 2003년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처음으로 축구이론과 실기를 배웠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7년, 피지컬 코치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브라질 1부 리그의 인테르나시오날에서 3년간 활동했다. 2013년에는 포르투갈리그에 진출해 한국인 코치로는 최초로 유럽무대를 밟으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르투갈에서 2년간의 활동을 마친 신재명 코치는 잉글랜드와 일본을 거쳐 현재는 요르디 크루이프(Jordi Cruyff)가 감독으로 있는 중국슈퍼리그 소속의 충칭 당다이 리판(전 충칭 리판)에서 두 시즌 째 피지컬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갑급 리그(2부 리그)에서 활동한 2년을 합하면 총 4년째 중국축구리그에서 활동 중인 신 코치는 그 누구보다 최근의 중국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충칭 당다이 리판은 현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파울로 벤투 사단이 대표팀을 맡기 직전에 몸담았던 팀이기도 하다.

신 코치는 현재 중국 슈퍼리그의 상황에 대해 “불과 5년 전만하더라도 중국 리그로 이적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왜 하필 중국이냐’, ‘이제 한물 다 갔구나’ 등 의아해하거나 안쓰러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리그에서 뛰게 되면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거액의 연봉은 물론, 유럽 빅 리그 출신 세계적 명장들의 지도를 받으며 유명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중국 리그가 갖는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즌에만 중국 내에서 세 번째 팀을 맡고 있는 최강희 감독에 대해 “중국의 많은 언론매체들이 한국인 지도자와 선수들의 영입에 대한 관련소식을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중국 내 반응은 최강희 감독이 올 시즌에만 무려 세 개의 팀을 옮긴 것을 두고 황당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국에 능력 있는 중국인 지도자가 있었다면 팀을 세 번이나 옮긴 한국인 지도자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중국인 중에서도 유능한 지도자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 지도자들처럼 ACL 등 명성 있는 국제 대회에서의 우승경험을 갖고 있는 중국인 지도자는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에 중국 축구팬들에게는 중국 내 한국인 지도자 및 선수관련 소식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신욱 선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도 자국에는 김신욱 선수처럼 실력은 물론,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장신 선수가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한국을 견제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축구에 관해서 만큼은 유독 한국에게 모든 것이 후하고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중국축구리그에서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스페인, 브라질 등 유럽과 남미의 축구 선진국들이지만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실력있고, 국제대회에서 우승경험이 풍부한 지도자와 선수들이 많다는 걸 인정한다. 게다가 같은 동양인으로 서양인들에 비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적기 때문에 팀 적응력과 팀 통솔능력 등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 지도자 및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신 코치는 “몇몇 국내언론에서 보도한 중국축구 관련 내용 중 ‘이제 중국축구는 거품이 꺼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최근 4년간 접한 중국축구는 절대 ‘거품’이 아니다. 거품이 아니라 투자다. 최근 중국축구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슈퍼리그 팀들이 앞 다퉈 천문학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세계적 명장과 선수들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아시아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중국 리그의 큰 성장을 주목했다.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중국 리그는 예전의 기술부족, 예의상실의 축구가 아니다. 규모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모든 면에서 한국이나 일본과 겨룰 있는 상대가 됐다. 나 역시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한국이 제일 뛰어나길 바라는 사람 중 한명이다. 하지만 중국 리그에서 4년째 활동해 오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보다 많은 한국 지도자와 선수들이 중국리그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활동해 성적을 내고, 중국리그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더 큰 빅 리그로 진출할 수 있길 바란다”며 보다 많은 한국인 지도자의 중국 진출을 권했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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