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한창 꿈꿀 나이’ 미국에서 꿈 키워가는 양재민

입력 2019-08-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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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니오쇼 커뮤니티칼리지에서 뛰고 있는 양재민은 방학기간 동안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스킬팩토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16일 미국 캔자스로 출국해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 하남|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한국 농구는 도전에 인색하다. 이웃나라 중국, 일본에서는 1년이 멀다하고 해외무대로 나가는 선수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농구 유망주들은 ‘명문고~명문대~드래프트 상위지명~프로입단’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구 유망주 양재민(20·200㎝)은 그러나 도전을 택했다. 양재민은 16세~19세 때 매년 해당 연령대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최고 유망주 중 한명이다. 16세 이하(U-16)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경복고 시절 스페인 유학길에 오른 그는 지난해 연세대학교에 진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미국행을 결정했다.

“연세대에 있는 동안 스스로가 너무 작아졌다.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 수 있다. 명문 학교에서 좋은 감독님(은희석 감독)의 지도를 받으니까. 그런데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

양재민은 해외 무대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 롤 모델로 삼은 선수는 2018~2019 미국프로농구(NBA) 신인왕 루카 돈치치(댈러스 매버릭스)였다.

“고2 때 17살의 돈치치가 레알 마드리드 1군에서 뛴다는 기사를 봤다. 그 후 유럽리그 관련 칼럼을 봤는데 체계적이더라. 그 길로 스페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아버지(양원준 전 WKBL사무총장) 지인이 스페인에서 축구 에이전트를 하고 계서서 도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농구의 매력을 더 느꼈다”

1년간의 스페인 생활은 양재민의 도전 의식을 높였다. 스페인에서 참가한 NBA유망주 캠프가 도화선이었다.

“캠프 때 함께 했던 선수가 올해 NBA드래프트에서 뉴욕 닉스에 뽑힌 RJ배럿이다. 그 기간동안 ‘미국으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머리에 있으니까 연세대에서는 도저히 농구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지난해 입학한 학교는 미국 캔자스에 있는 니오쇼 커뮤니티칼리지다. 미국전문대학리그(NJCAA)에 속한 팀이다. 입학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연세대를 나오자마자 LA로 향한 그는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참가비를 내고 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니오쇼 커뮤니티칼리지의 제레미 쿰스(Jeremy Coombs)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학비, 기숙사 등을 전무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첫 해 적응이 쉽지 않았다. 팀 운동량이 상당했던 데다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짜내 영어공부까지 하면서 적응에 애를 썼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동료들과 트러블도 있었다. 나에게 공을 안주더라. 힘들 때 (이)대성(현대모비스)이 형이 멘토가 되어줬다. 시즌 중인데도 장문의 문자를 보내줘서 도움이 됐다. 그 후 동료들과 관계가 더 단단해졌고 학업에도 충실했다. 첫 해 학점이 4.0이었다. 농구부 선수 중 제일 높은 학점이다. 하하. 지금은 영어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지난 5월, 방학을 맞아 국내에 돌아온 그는 3개월 간 하남에 위치한 스킬팩토리에서 매일 오전, 오후로 운동을 하면서 새 학기를 준비했다. 멘토인 이대성을 만나 같이 운동을 하기도 했다.

“대성이 형이 같이 운동을 하자며 압구정동에 있는 체육관에 새벽5시반까지 나오라고 하더라. 겨우 일어나서 5시2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형은 땀을 흠뻑 흘리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 충격이었고 자극이 됐다. 미국선수들에게 방학은 다음시즌을 앞두고 자신을 달고 닦는 귀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매일 농구를 하면서 방학을 보냈다.”

양재민은 16일 다시 미국으로 떠나 니오쇼 커뮤니티컬리지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

“일단 이번 시즌 잘 치러서 내년 4년제 학교로 편입하는 것이 목표다. 비록 아무도 모르는 전문대에서 농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내가 꿈을 좇을 나이가 아닌가. 도전을 할 수 있어 마음은 행복하다.”

하남|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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