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타저의 시대, 20-20보다 빛나는 김하성의 영리함

입력 2019-08-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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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줄어들면서 홈런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키움 김하성은 자신의 빠른 발을 활용해 새로운 득점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올 시즌에 딱 맞는 영리함이다. 스포츠동아DB

‘힘’이 채우던 자리가 텅 비었다. 사령탑들은 그 자리를 ‘발’로 채우고 싶어 하지만 이를 수행할 마땅한 자원이 없어 신음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정석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고민이 덜하다. 공수 겸장에 영리함까지 갖춘 만능 유격수 김하성(24)의 존재 덕분이다.

지난해까지 KBO리그는 ‘기형적 타고투저’로 불릴 만큼 홈런 의존도가 높았다. 타석 당 홈런 비율(3.09%)은 37년 역사상 최고치였다. 장타가 비일비재한 만큼 무리해 발야구를 감행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19일까지 순장타율은 전년대비 26.8% 감소했다. 장타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새로운 득점 루트 모색이 절실한 상황. 결국 발의 필요성이 다시 커졌다. 정작 KBO리그 사령탑들은 “뛸 선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도’로 불렸던 정상급 주자들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도루 1위 박찬호(30도루)도 올 시즌 40도루를 넘기기 힘든 페이스다.

필요성은 커졌지만 정작 수행할 선수가 없는 상황. 김하성의 가치가 올라가는 이유다. 김하성은 올 시즌 112경기에서 타율 0.313, 17홈런, 25도루를 기록 중이다. 2016년(20홈런-28도루)에 이어 개인 2호 20-20클럽 가입이 유력한 상황. 하지만 단지 개인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 김하성의 도루 성공률은 89.3%(3실패)에 달한다. 5차례 이상 도루를 시도한 선수 가운데 단연 1위다. 체력 부담이 심한 유격수 가운데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하면서 정확도까지 압도적인 것이다.

20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만난 김하성은 “올 시즌부터 2번 타순에 배치됐으니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에 대해 고민했다. 공인구 반발력이 지난해보다 떨어진 걸 느끼면서 새로운 득점 루트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병호 형, (제리)샌즈 등 내 뒤 클린업트리오가 든든하다. 내가 한 베이스 더 가는지 여부가 득점과 직결된다. 자연히 한 발 더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발 자체는 자신이 있었던 김하성이다. 하지만 장타로 대량 득점이 가능했던 지난해까지는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2017년 16도루, 2018년 8도루 등 잰걸음을 자제했던 이유다. 리그 환경이 변하면 선수도 변해야 한다. 누군가의 지시 없이 스스로 변화를 택할 때 효율성은 더 커진다. 그래서 김하성의 영리함은 20-20클럽보다 몇 배는 더 값지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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