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긍정 소녀, ‘당당함의 아이콘’으로 날다

입력 2019-08-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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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출판부터 의류·화장품까지…2019년, 왜 ‘빨강머리 앤’에 열광하는가?

양 갈래로 땋은 불그스름한 머리카락, 양쪽 볼에 가득한 주근깨, 밀짚모자. 엉뚱한 상상력과 무한 긍정의 매력으로 해피 바이러스를 마구 뿜어낸 한 소녀의 상징이다. 1908년 세상에 나온 ‘빨강머리 앤’이다. 당시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발표한 ‘빨강머리 앤’(원제 Anne of Green Gable·초록 지붕 집의 앤)의 사랑스러운 소녀, 앤이 10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재탄생해 사랑받고 있다. 원작소설은 물론 이를 각기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출판물을 비롯해 드라마와 전시, 의류와 화장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모습을 달리 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9년, ‘빨강머리 앤’은 대체 왜 세상에 다시 나왔을까.


출판·드라마에 전시회까지
다양한 콘텐츠들로 재탄생
SNS로 퍼진 명대사 큰공감
여성의 새 아이콘으로 비상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1985년 방송한 TV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주제곡이다. 경쾌한 멜로디와 사랑스러운 노랫말이 언제나 들어도 기분 좋게 만든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이곳저곳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가다 ‘초록 지붕 집’에 착오로 입양된 뒤 새로운 가족과 친구를 만나 성장해가는 소녀 앤의 발랄함은 이 주제곡의 선율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쉰다.

특히 최근 출판물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로서 새롭게 각광받으면서 열풍에 가까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전시,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 곁에 다가선 ‘빨강머리 앤’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팍팍한 현실 속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저기 ‘빨강머리 앤’ 열풍

열풍은 출판계에서 시작됐다. 미르북컴퍼니와 더모던 등 출판사가 5월 출간한 원작소설 ‘빨강머리 앤’을 포함해 원서 번역본, 에세이, 만화 등 다양하게 재해석한 출판물이 발간됐다. 올해 발간된 관련 서적만 20∼30종에 달한다.

더모던이 펴낸 원작소설은 출간 이후 현재까지 약 5만여 부가 팔려 나가며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미니북까지 포함하면 7만 부 판매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모던 장영재 대표는 “독자들에게 낯익은 TV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원화를 삽입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원작소설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10월31일까지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MMM 전시장에서 열리는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이다. 또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빨간머리 앤’은 시즌1·2의 인기에 힘입어 9월 시즌3을 공개할 예정이기도 하다. 의류, 화장품, 액세서리 등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도 10∼20대 여성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연기자 전소민은 최근 자신의 SNS에 빨강머리 앤의 인형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왜, ‘빨강머리 앤’ 인가

이처럼 올해 들어 ‘빨강머리 앤’이 유난히 각광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더 모던 장영재 대표는 “전통적인 캐릭터 고전물로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면서 “20대는 물론 40대 이상 중장년층 여성들의 추억과 감성을 새롭게 자극한 힘이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와 전시 등 다양한 캐릭터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새롭게 작품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주인공 앤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할 말은 하는 당찬 성격에 수다스러움의 발랄함으로 세상에 맞선다.

이러한 앤의 모습은 현재 청춘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아이콘’으로 비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이 가득하지만 언제나 당당하게 행동하는 자신감이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과 청춘에게 이상적 캐릭터로서 다가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SNS 등 온라인에서는 ‘노력해서 이기는 것 못지않게, 노력했지만 실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앞으로 알아야 할 온갖 것을 생각하면 신나지 않으세요? 그럼 살아 있다는 게 정말 즐겁게 느껴지거든요’ 등 한없이 긍정적인 뉘앙스를 담아내는 앤의 말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전시 주최사 미디어앤아트의 전상현 마케팅 팀장은 “힘든 일상을 극복하고, 자신과 주변을 사랑하는 빨강머리 앤의 성격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유의미한 의미로 비친다”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당찬 여성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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