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성기윤·황현정 “초연 때 굉음 같던 박수소리, 잊을 수 없죠”

입력 2019-08-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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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맘마미아와 15년을 함께한 성기윤 배우(왼쪽)와 황현정 협력 안무감독. 누적관객 2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두 사람은 “이렇게 된 거 1000만 가야죠” 하며 웃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200만 관객 돌파’ 뮤지컬 맘마미아 성기윤·황현정 인터뷰

첫 공연 후 15년 동안 1672회 공연
‘개근상’ 성기윤 배우·황현정 감독
황 감독 “초연 연습 때 성공 확신”

화석, 암모나이트, 삼엽충, 시조새.

오직 뮤지컬 ‘맘마미아’에만 존재하는 이름들이다. 전설적인 팝 그룹 아바의 명곡들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불리는 맘마미아가 22일 국내 누적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에 따르면 이날 맘마미아는 2004년 1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1672회 공연, 누적관객 200만475명을 기록했다. 한국 뮤지컬사상 ‘캣츠’에 이은 두 번째 기록으로, 기간으로는 최단기간이다.

2004년 초연 이래 맘마미아는 총 11시즌 동안 막을 올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15년, 11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맘마미아와 함께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사람들은 ‘맘마미아 장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정작 배우, 스태프, 팬들이 부르는 이름은 따로 있다. 바로 맘마미아의 화석, 암모나이트, 삼엽충, 시조새가 그것이다.

오랜 기간 맘마미아와 함께한 배우, 스태프들이 있지만 모든 시즌을 참여한 ‘개근상’ 수상자는 두 명뿐이다. 성기윤 배우와 황현정 협력 안무감독. 성기윤은 도나의 옛 애인이자 소피의 아빠 후보 세 명 중 한 명인 ‘해리’ 역을 맡고 있다.

“초연(2004년)을 잊을 수 없다. 도나, 타냐, 로지가 침대에서 노래하는 베드룸 신을 하는 동안 우리는 분장실에 들어가 있었는데 무대 쪽에서 폭발음 같은 게 들리는 게 아닌가. 사고가 난 줄 알고 우르르 뛰어나갔는데….”

관객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굉음이 되어 무대로 밀려오고 있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고 한다. ‘이 공연, 대박이구나.’

황 감독은 “초연 연습 때 배우들은 몰랐겠지만 옆에서 보는 우리는 맘마미아가 성공할 것을 확신했다. 연습하는 걸 보면서 ‘저걸 빨리 관객들께 보여 드려야 하는데’ 하고 있었다”며 웃었다.

맘마미아는 오리지널 제작진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세기로 소문이 자자한 작품이다. 그런 만큼 라이선스 공연을 할 때도 조건이 까다롭고 요구사항이 많다.

성기윤은 “빌이 섬에 도착해 물을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 반드시 특정 사이즈 병에 담긴 ‘에○앙’이어야 한다는 룰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꼭 오리지널대로만 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것은 아니란다. 좋은 아이디어는 즉각 수용됐다. 예를 들어 샘이 소피에게 아기 사진을 보여주는 장면은 성기윤의 아이디어였다.

맘마미아를 보고 나면 누구나 갖게 되는 궁금증이 있다. 아마 맘마미아의 배우들치고 팬들에게 이 질문을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샘, 해리, 빌 중 과연 누가 진짜 소피의 아빠일까. 이 질문을 던지자 황 감독이 까르르 웃었다. “설마 이걸 물어보실 줄이야.”

성기윤은 “세 역할을 다 해 본(세계 유일하다고 한다) 입장에서 개인적 소견을 말하자면 소피의 아빠는 빌”이라고 했다. 유산이 상속되었다는 문제를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 소피가 결국 선택한 것이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왜? 왜?” 하던 황 감독도 이유를 듣고는 잠잠해졌다. 수긍하는 눈치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200만 관객 돌파의 쾌거를 맞은 맘마미아는 이제 300만을 향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9월 말부터는 목포, 수원, 인천, 광주, 천안, 대전 등 전국을 누비게 된다. 뮤지컬도 영화처럼 1000만 관객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맘마미아의 대항해를 응원한다. 이번 주말쯤 나도 승선해야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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