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해피존] 무너진 800만 관중…시청률도 역대 최저

입력 2019-08-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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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올해 KBO리그 관중수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27일까지 진행된 602경기의 관중은 620만5376명이었다. 경기당 평균 1만308명. 현재 추세로 시즌 전체 720경기를 모두 치렀을 때 약 742만 관중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BO리그는 807만374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2017년에는 역대 최다인 840만688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KBO리그는 지난 3년간 대단한 호황이었다. 2016년 처음 800만 관중을 돌파했고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800만이라는 상징적 숫자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과 날씨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따라 예상치인 740만명보다 훨씬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장 입장 관중과 함께 리그 흥행의 양대 축으로 볼 수 있는 중계방송 TV시청률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경기장에서 800만 관중이 무너졌다면 TV시청률은 0.9%대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AGB닐슨 조사 결과 25일까지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의 프로야구 중계 평균 시청률은 0.854%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체제로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하루 5경기가 동시에 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시청률이다.

KBO리그 TV시청률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모바일 등 뉴미디어를 통해 야구를 즐기는 팬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014년부터 평균 시청률이 1%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기록한 0.872% 이하로는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0.8% 후반부터 0.9% 후반을 계속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시청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관중수 하락과 함께 리그 경쟁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8년 KBO리그 평균 시청률은 0.970%였다. 평균 1% 이상을 기록한 채널이 2개나 됐고, 2개 채널이 0.9% 이상을 유지했다.

올해는 단 1개 채널만 평균 1% 이상을 지키고 있다. 0.8%대 채널이 3개, 가장 시청률이 낮은 채널은 0.680%다. 시청률 감소는 중계방송사의 수익에 곧장 영향을 미쳤고, 이는 중계영상의 ‘품질’이 퇴보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각 방송사는 초고속 카메라와 4D입체 영상 등 다양한 중계기술을 선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지만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올 시즌에는 현장 카메라 숫자부터 줄이고 있다.

KBO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올해 KBO리그의 TV중계권 계약이 만료된다. 일부 구단에서는 내년부터 비용상의 문제로 전 경기 중계 계약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구단 자체 인터넷 중계나 모바일 중계권사의 중계제작이 가능하지만 모든 경기를 TV에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는 KBO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 관중수와 TV시청률 동반 하락은 KBO리그가 처음 겪는 심각한 위기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선수와 구단, KBO까지 리그 구성원의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때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 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

이경호 스포츠부 차장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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