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위기의식 공감한 KBO, 한국의 ‘밸런스 픽’을 기대한다

입력 2019-08-3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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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근래 보기 드문 수준인 것 같은데요?”

KBO가 28일 발표한 2019년 5차 이사회 결과를 접한 수도권 A구단 단장의 총평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변화를 꾀한다는 움직임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한국 야구계는 ‘지금이 위기’라는 대전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10개 구단 사장단은 27일부터 이틀간 워크숍 및 제5차 이사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KBO가 준비한 중장기 발전 전략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결과를 보고 받은 뒤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열띤 토의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변경에 대한 다짐부터 외국인 선수 규정, 퓨처스리그 경기수, 2연전 시기 조정, 사회 공헌 활동 등 논의할 수 있는 대부분의 주제가 도마에 올랐다. 물론 아직 어느 것도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지금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구단 실무자들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등 유관단체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암초에 부딪히며 무산되는 안건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KBO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달라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A구단 단장은 “반가운 안건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이 안건이 도출된 과정”이라며 “10개 구단 모두가 큰 진통 없이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B구단 운영팀장 역시 “말로만 위기라고 느끼고 넘어갈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정말 밥줄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팬들의 사랑이 무한하지 않다는 건 올해 각종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개혁의지를 드러냈다.

단지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를 생각한 움직임도 있다. 아마야구 저변 확대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독립리그, 대학리그, 프로 3군을 통합한 리그의 창설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뛸 경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2군 선수들은 물론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대학야구에서도 반가워 할 일이다. 독립리그 관계자 역시 “실현까지 과제가 산적하지만 현실이 된다면 야구계 전체에 든든한 저변이 될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이번 이사회 결과에 따라 1년에 2장 이내 지명권 트레이드도 가능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밸런스 픽’과 비슷한 개념이다. 밸런스 픽은 구단수익 하위 팀을 대상으로 특별한 선별과정을 거쳐 드래프트 1, 2라운드 종료 후 추가 지명권을 주는 방식이다. 리그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한 일종의 ‘특별 방안’이다. 이때 얻은 지명권은 일반 지명권과 달리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전체 지명권 중 2장 이내로 트레이드가 가능해졌으니 KBO리그 쪽이 오히려 조금 더 개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지명권 트레이드를 떠나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면 피부로 느껴지는 위기도 한결 잠잠해질 것이다.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라는 자부심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이제 산업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한국야구 전체의 밸런스 픽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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