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탈환’ 전북 모라이스호의 특별한 스리백…서울을 수렁 속으로

입력 2019-09-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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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로페즈(맨 왼쪽)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FC 서울과의 ‘전설매치’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22분 추가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북은 서울을 2-0으로 물리쳐 울산 현대를 따돌리고 1위를 탈환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위와 격차보다 1점 앞선 선두에 관심을 둔다.”

통산 7번째 정상을 노리는 K리그1 전북 현대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의 단기 목표는 명확했다. 3위 FC서울과의 간극이 승점 10으로 벌어져 있다는 얘기에 대한 답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전북은 서울을 무조건 꺾어야 했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고, 결국 결실을 맺었다.

전북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서울을 2-0으로 물리치며 선두에 복귀했다. 같은 시각,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울산 현대가 3-3으로 비겨 17승8무3패(승점 59)에 머문 가운데 전북은 17승9무2패(승점 60)로 1위를 탈환했다. 27라운드까지 승점 1 뒤졌던 전북은 울산을 다시 승점 1차로 앞섰다. 승점 47에 머문 서울은 선두권 추격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모라이스 감독의 특별한 카드가 인상적이었다. 평소 수비라인에 4명을 두던 전북은 서울 원정을 위해 최보경, 권경원, 김민혁을 후방에 배치하는 스리백을 준비했다. 스리백은 통상 뒷문을 탄탄히 하려는 팀들이 공격이 강한 상대에 효율적으로 맞서기 위한 전략이지만 전북은 공격을 더 원활하게 전개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

“포백으로 경기를 하면 로페즈와 문선민 같은 윙 포워드의 수비 부담이 크더라. 의도치 않았는데도 무게중심이 조금씩 내려갔다. 그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모라이스 감독의 설명이었다.

적장도 어느 정도 상대의 패턴을 간파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이번 주 내내 그 (스리백)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우리 전방을 책임질 페시치, 박동진의 속도와 연계 플레이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런 바람도 내비쳤다. “익숙치 않은 포메이션에 거부반응이 나올 수 있다.” 전북의 포백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은 흔들리지 않았다. 킥오프 5분간 위치를 서로 조율하느라 혼란이 있었으나 금세 안정을 찾았다. 오롯이 자신들을 위한 선택답게 전북은 초반부터 강하게 서울을 몰아쳤다. 전반 8분, 스리백의 한축을 맡은 권경원이 왼 측면에서 띄운 크로스를 호사가 헤딩골로 연결해 리드를 잡았다.

사기가 오른 전북은 14분 뒤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볼을 길게 전진시키며 서울의 혼란을 유도한 뒤 손준호의 빠른 롱 패스를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문선민이 받아 살짝 흘려주자 로페즈가 마무리했다. “올해 전북에 두 번 질 때마다 우리 실수로 스스로 무너졌다”던 최 감독의 우려는 또 한 번 재현됐다.

무의미하게 볼을 돌려 점유율만 높았던 서울은 후반 들어 간헐적인 공세를 펼쳤으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운도 없었다. 후반 26분 페시치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무효 처리됐다. 어렵게 얻은 페널티킥(PK) 찬스도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송범근은 준수한 활약에도 불구, ‘팀 덕분에 생존한다’는 혹평을 받아왔으나 서울 원정에서 그 같은 이미지를 훌쩍 털어버렸다. 2017년 7월 안방 승리 이후 전북에 이기지 못했던 서울은 최근 상대에 6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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