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쪽박 사이…성민규 단장, ‘고인물’ 롯데를 바꿀까

입력 2019-09-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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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3일 성민규 전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KBO리그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성 신임 단장은 난국에 빠진 롯데를 구할 수 있을까. 롯데는 마침 이날 사직 삼성전에서 4-5로 패하며 최근 5연패 부진에 빠졌다. 사진은 삼성전에서 6회 2점 아치를 그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손아섭(맨 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전례 없는 단장 공석은 46일 만에 막을 내렸다. 롯데 자이언츠가 신임 단장으로 성민규(37) 전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를 선임했다. 여러 모로 파격적인 선택. 구단 내부의 곪은 점을 생각하면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성 단장은 앞날은 성공이냐, 실패냐, 양 극단의 길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롯데는 3일 “성민규 전 컵스 스카우트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윤원 전 단장이 사퇴한지 46일만이다. 성 단장은 대구 상원고를 졸업한 뒤 미국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유학했다. 2007년 2차 4라운드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으나 1년 만에 방출됐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때 곧장 지도자의 길을 밟게 됐다. 성 단장은 이후 꾸준히 승진하며 이른바 ‘꽃길’을 걸었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컵스의 환태평양 스카우트 슈퍼바이저를 지내며 아시아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롯데는 이 점을 높게 샀다.

롯데는 이 전 단장의 사임 직후 데이터 기반으로 선수단을 운영할 인사를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이사 중심으로 외부 인사와 꾸준히 접촉했지만 오랜시간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그러면서 한 달 반 이상 단장을 비워두는 초유의 파행이 벌어졌다.

마침내 단장을 선임했지만 ‘도박’의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성 단장의 젊은 나이를 두고 불안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은 30세 때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을 맡았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다르지만, 30대 후반의 나이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 성민규 신임 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문제는 KBO리그 경험이다. 롯데는 그를 “2012년부터 MBC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하며 국내무대에도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KIA에서 1년, 그리고 메이저리그 해설을 한 것으로 KBO리그의 생리를 온전히 이해할 거라는 판단은 비약이다. 게다가 롯데는 무능력한 프런트 실무진이 오래 버티고 있는 팀이다. KBO리그에 대한 경험은 물론이고 국내 프로구단 프런트 경력도 전무한 성 단장에게는 고난이도의 팀이다.

더욱이 가장 큰 과제는 야구계 입문 1년이 채 안 된 김종인 대표의 존재감 극복이다. 지난 1월 부임한 김 대표는 반 시즌 만에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여기에 최근 이대호 2군행을 지시했다는 소문에 연루되는 등 구단 내외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 입김에서 성 단장이 얼마나 자유로울지도 관건이다.

물론 롯데는 그간 파격으로 재미를 봐왔다. 1992년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던 송정규 전 단장은 야구와 무관한 도선사 출신이었다. 아울러 2008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최초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를 데려오기도 했다. 로이스터 시절 3년간 롯데는 성적과 마케팅,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롯데는 “신임 단장 중심으로 감독 선임 등 체질 개선에 나선 뒤 3년 내 우승권에 진입할 팀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뜯어고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장 선임을 발표한 3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을 찾은 관중은 2390명이었다. 사직구장에 2000명대 관중이 찾은 건 2016년 9월 19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처음이다. 성 단장의 어깨가 무겁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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