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2년 만에 맞이한 관중 암흑기…싸늘해진 ‘구도부산’

입력 2019-09-05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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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팬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면 월급 받을 자격이 없다.”

지난 1월, 김종인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가 취임사에서 목소리를 높인 대목이다. 이 기준에서 볼 때 롯데의 2019시즌은 실패로 결론지어도 좋다. 부산 팬들의 싸늘한 여론에 사직구장은 연일 텅 비어 가고 있다.

롯데는 3~4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내리 패했다. 최근 6연패이자 17경기 2승14패1무로 최하위 자리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 삼성 2연전은 구단 전체에 적잖은 충격파를 안겨줄 만했다. 심각한 빈타, 구멍 난 마운드 때문만은 아니다. 텅 빈 관중석 때문이다. 3일에는 2390명, 4일에는 3551명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시즌권을 구매한 관중들은 ‘상수’로 고정되기 때문에, 실제 구장을 찾은 인원은 이보다 적었다. 한 관계자의 “이 정도면 관중 수를 손으로 셀 수 있겠다”는 농담이 마냥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물론 평균 관중이 가장 적은 화~수요일인 데다 비 예보가 꾸준히 있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틀 평균 2970명의 관중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직구장의 이틀 평균 관중이 3000명을 넘기지 못한 사례를 찾으려면 무려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야 한다. 당시 10월 3일 SK 와이번스전(2946명), 4일 삼성전(1115명) 평균관중이 2031명이었다. 2007년은 이른바 ‘8888577’로 불리는 롯데 암흑기의 마지막 해다. 올해 롯데의 흥행 부진은 2008시즌을 앞두고 취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 재임기부터 시작된 르네상스가 완전히 종식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단 이틀만의 표본을 두고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가 아니다. 4일까지 롯데는 홈 62경기를 치렀는데, 총 관중은 64만4626명이다. 70만 관중까지 5만5374명이 모자란데, 남은 10경기에서 이를 채울 거라는 확신이 안 드는 게 현실이다. 만일 70만 관중을 넘기지 못한다면 이는 2006년(44만1133명)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126경기 체제로 홈에서 63경기를 치렀다. 올해보다 9경기가 적다. 올 시즌 평균 관중도 1만397명으로 평균 1만 명 보루가 무너지기 직전이다.

4일 공식 취임한 성민규 롯데 신임단장은 취재진과 만나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무너진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결과보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 단장은 “밖에서 본 롯데는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열기가) 난리 나는 팀이었다. 팬덤도 두텁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올해 롯데 팬들은 성적과 팬 서비스 모두에서 실망했다. 8월, KBO가 주관한 ‘야구의 날’ 행사에 이대호 등 간판선수 대신 신인 고승민과 서준원을 내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 번 차갑게 식은 마음을 돌리는 데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롯데 팬들은 ‘기부천사’가 아니다. 흥미를 주지 못하는 콘텐츠에 돈과 시간을 쓸 이유는 전혀 없다. ‘구도부산’은 이제 롯데를 수식하기에 과한 단어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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