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결국 귀화 선수에 목맨 중국의 축구굴기

입력 2019-09-05 1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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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자 축구대표팀 엘케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아시아축구의 이슈 중 하나는 중국의 귀화정책이다. 중국대표팀은 9월부터 시작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브라질 태생의 귀화 선수 엘케손(30·광저우 헝다)을 선발했다. 중국축구의 약점인 공격력, 특히 득점력을 보강하기 위한 발탁이었다. 2013년 중국에 진출한 엘케손은 광저우 헝다와 상하이 상강을 오가며 슈퍼리그 통산 148경기에서 100골을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골 감각을 과시했다. 2011년 브라질대표팀에 뽑혔을 정도로 기량은 이미 검증됐고, 당시 경기를 뛰지 않은 덕분에 중국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었다.

중국대표팀에는 키프로스 출신의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의 혼혈 선수 리커가 있지만 중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 귀화선수 1호는 엘케손이다. 그는 중국식 발음의 ‘아이크슨’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엘케손은 “우리의 목표인 월드컵 출전권을 향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할 정도로 의욕이 넘친다.

엘케손의 귀화는 중국축구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은 지금껏 딱 한 번 월드컵 본선(2002년)에 나갔을 정도로 축구 변방이다. 인구가 많고,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축구의 경쟁력만큼은 늘 바닥권이었다. 축구굴기(축구로 우뚝 선다)를 주창했지만 구호만 요란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이 “앞으로 30년 안에 월드컵 본선 진출과 개최, 그리고 우승”을 주문했지만, 대표팀 실력이 나아진 징후는 그 어디에도 없다. 거액을 들여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감독을 영입했지만,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꺼낸 카드가 귀화정책이다. 엘케손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추가로 몇 명 더 귀화시킨다는 복안이다. 귀화 선수에게는 만만치 않은 금전적인 보상도 따를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브라질대표팀이 힘들다면 중국을 통해서라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중국 여론도 우호적이다. 월드컵 본선에만 나갈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중국은 카타르의 2019 아시안컵 우승에 자극받았을 법하다.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재능 있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일찌감치 귀화시켜 아시아 무대 정상에 올랐다. 단박에 전력을 끌어올릴 묘책이 필요한 중국이 솔깃할 만한 성과였다. 리피 감독의 영향도 컸다. 1월 아시안컵 이후 그만뒀다가 다시 지휘봉을 잡은 그는 귀화 선수를 통한 전력 강화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체면을 구긴 리피 감독도 성적이 절실하다.

답답한 마음에 귀화 선수로 눈을 돌린 중국이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설령 이런 편법이 한 번은 통할지 몰라도 그게 장기적인 축구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일본도 1990년대 브라질 태생의 귀화 선수를 대표팀에 승선시킨 적이 있고,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한국도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 출신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귀화정책이 항상 플러스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유소년축구 정책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프로축구단 산하 연령별 유소년 팀 운영이 미진해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K리그나 일본의 J리그에 비해 많이 뒤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만하더라도 이번 대표팀 26명 가운데 K리그 산하 유스팀 출신이 12명이나 될 만큼 육성 시스템은 자리를 잡고 있다. 중국에서 지도자 경험이 있는 한 축구인은 “중국의 축구발전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유소년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이 없다는 건 미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 나라의 축구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해나가야 결국엔 축구 강국이 될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육성하는 게 올바른 길이다.

귀화와 육성, 같은 두 글자이지만 그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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