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이 기장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긴 것

입력 2019-09-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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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서 8일 끝난 2019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9경기를 치르며 감동과 기쁨도 안겼지만 부족한 기본기로 예선 라운드에서 호주에 충격패를 당하는 등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겼다. 사진은 5일 대만과의 슈퍼라운드에서 2-7로 패한 뒤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 스포츠동아DB

한국 청소년야구국가대표팀이 8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막을 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9 세계청소년(18세 이하)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한일전 승리와 3·4위전의 9회 역전 드라마 등 잊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9경기를 치르며 남긴 과제도 분명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이번 대표팀의 열흘을 되돌아봤다.


● 감동의 한일전 승리와 ‘야구’라는 공통분모

한일전은 애초부터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매치업이었다. 양 팀 모두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서 맞대결이 성사됐고, 6일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였다. 한국은 8회까지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상대 실책으로 원점으로 돌린 뒤 연장(승부치기) 10회에서도 2-4의 열세를 뒤집고 5-4의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기쁨을 배가했다. 승부 외적인 명장면도 있었다. 일본 투수 미야기 히로야가 헤드샷 사구 직후 모자를 벗어 사과하자 이주형(경남고)이 헬멧을 벗어 답한 장면은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야구’라는 공통분모로 통한 선수들의 순수함을 보여준 장면이라 큰 울림을 남겼다.

김지찬. 스포츠동아DB


● 누가누가 빛났나

김지찬은 이번 대회 9경기에 모두 2번타자로 나서 타율 0.528(36타수19안타)의 성적을 남겼고, 2020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그를 지명한 삼성은 쾌재를 불렀다. 164㎝의 작은 키에도 다양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든 장면이 돋보였다. KT 위즈의 1차 지명을 받은 소형준(유신고)도 눈길을 끌었다. 6-5의 승리를 거둔 호주와의 3·4위전에서 9회 역전 2점홈런을 터트리는 등 대회 타율 0.364(33타수12안타)를 기록한 LG 트윈스의 2라운드 지명자 이주형도 기량을 인정받았다.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의 기대를 모은 덕수고 2학년 장재영은 타격에서 타율 0.300(30타수 9안타), 6타점을 기록했고, 마운드에서도 최고구속 148㎞의 빠른 공을 던지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 끝까지 대표팀 발목 잡은 ‘호주의 저주’

대표팀은 복병으로 떠오른 호주의 행보로 인해 대회 내내 고생했다. 조별예선(A조) 2차전에서 0-1로 패한 게 대회 내내 영향을 미쳤다. 슈퍼라운드 진출 팀 가운데 A조에 속한 팀과 맞대결 성적이 그대로 반영되는 바람에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4승1패를 거두고도 1승1패로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해야 했다. 한 수 위로 여겼던 캐나다가 호주에 패하는 바람에 이 결과는 한국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캐나다를 끌고 가야 한다”던 대표팀 이성열 감독의 전략도 빗나갔다.

그러나 이 과정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캐나다, 네덜란드와 견줘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호주를 상대로 방심한 탓이다. 박주홍(장충고)도 “호주를 쉬운 상대라고 생각하고 다소 방심한 측면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호주전 1패가 슈퍼라운드에서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니 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남긴 셈이다. 12개국만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100% 승리’를 장담할 상대는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성열 감독. 스포츠동아DB


● 역시 기본기다

결승에 오른 미국과 대만, 5위를 차지했지만 빈틈없는 경기력을 선보인 일본 선수들의 기본기는 탄탄했다. 일례로 추가 진루를 막는 외야수들의 송구능력과 연계플레이는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일본전에서 두 차례 홈을 파고들다 태그아웃된 장면도 본래 포지션이 투수인 미야기와 니시 준야의 정확한 송구에 막힌 것이다. 강한 어깨와는 별개로 어떤 상황에도 정확히 송구할 수 있는 기본기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이는 단타에 2루 주자의 홈 쇄도가 비일비재한 KBO리그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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