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베이스볼] ‘사라진 100만명’ 위기의 KBO 타개책은 무엇인가

입력 2019-09-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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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Baseball Team Weekly meeting·Who?·Why?]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16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기자


● 인기 지방구단의 부진이 문제?


강산(이하 강) : KBO리그 관중은 지난해 807만3742명에서 올해는 15일까지 682만1968명으로 무려 125만1774명이 감소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을 텐데, 관중이 이렇게까지 줄어든 이유를 하나씩 먼저 꼽아볼까요. 8개 구단 체제였던 2012시즌의 715만6157명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네요.


정재우(이하 정) : 2015년부터 계속되던 700만 관중이 무너질 위기네요.


서다영(이하 서) : 올 시즌 홈 누적 관중 90만 명을 넘긴 구단이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뿐이네요.


정 :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9개 구단의 관중감소가 뚜렷합니다. 이대로라면 심각한 관중감소가 불가피합니다.


강 : NC의 신구장 효과가 아니었다면 더 줄었을 수도 있겠네요.


장은상(이하 장) : 냉정하게 현실을 봤을 때 지방팀들의 졸전이 전체적인 관중감소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입니다.


서 : 인기팀인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등이 일찌감치 순위경쟁에서 밀린 게 아쉽죠.


강 : KIA, 롯데,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중계방송도 우선순위였죠. 이 팀들이 무너지면서 시청률과 관중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어요.


장 : 수도권팀 홈구장 관중을 지방구단 원정팬들이 상당 부분 채워줬는데, 올해는 그쪽에서 마이너스가 있었습니다. 아마 지방 인기팀이 한 팀이라도 더 선전했으면 SK, LG가 이미 100만 관중을 넘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정 : 지난 7월 한 구단의 마케팅 담당자가 얘기하더라고요. “올해는 인기팀인 KIA, 롯데, 한화의 성적부진으로 원정관중이 줄었다”고. 그러면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병역무임승차 논란이 일면서 관중이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이더군요.


● 야구를 향한 불편한 시선?

서 :
선수들이 일으킨 여러 사건사고, 심판 판정에 대한 의문 등으로 팬들의 신뢰도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강 : 야구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관중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군요.


정 : KT 위즈의 경우 창단 후 처음으로 5위 싸움을 진행 중인데도 관중이 크게 줄었어요. 지난해 평균 9286명이었는데, 올해는 7489명입니다. 롯데도 심각해요. 최근 사직구장의 썰렁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평균 1만 명 붕괴도 우려됩니다. 현재 1만48명이거든요. 만약 롯데의 1만 명 선이 무너지면 7002명에 그쳤던 2006시즌 이후 처음입니다. 야구가 그동안 여타 종목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정작 책임 없이 권리만 주장하고, 리그의 질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인 듯해요.


장 : 선수들의 안일한 현실인식, 그 탓이 적지 않다고 봐야죠.


정 : 선수들의 인식, 팬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팬들이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흐름입니다.


서 :
‘야구의 날’ 팬사인회에 내보내는 선수와 관련한 논란이 발생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요.


장 :
저는 조금 슬픈 현실을 지적하고 싶어요. 성적만능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 겁이 납니다. 지금 안 좋아도 내년에 인기팀 중 한 팀이라도 상위권에 위치하고 관중이 늘면, 구단과 선수들은 ‘역시 성적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갈 게 자명하거든요.


정 : 연봉을 주는 주체는 구단이지만 원천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팬들의 지갑에서 나간다고 봐야죠. 메이저리그(MLB)에서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스타들이 팬 친화적인 이유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 : 적어도 팬사인회 같은 행사에선 최고의 서비스를 해야죠.


정 :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죠. 팬들만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성적 좀 나면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듯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게 문제죠.

강 : 성적만능주의로 간다면 관중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 재미없는 야구와 ‘프로다움’의 문제?

강 :
올 시즌 초반부터 제기됐던 문제죠. 홈런 급감에 따라 관중도 감소했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들 보시는지요.


장 :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봐요. 명품 투수전은 사실 언론에서나 좋아하는 표현이죠. 돈 주고 야구장에 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케네디 스코어(8-7)’ 이상을 바란다고 봅니다.


정 :
홈런 감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타격왕은 포드를,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MLB의 격언으로도 잘 드러나죠. MLB가 관중감소의 타개책으로 공인구의 반발력을 높였다는 음모론에서도 홈런의 영향을 엿볼 수 있고요.


강 :
그리고 ‘명품 투수전’이라고 한다면 정말 화려한 구종과 구위로 눈을 즐겁게 하는 투구의 향연이 돼야죠. 그런데 그런 투수전도 홈런이 뻥뻥 터지는 경기에 비해 팬들의 보는 재미를 충족시킬 수는 없더군요.


장 : 솔직히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시속 150㎞의 패스트볼과 140㎞의 슬라이더를 분간해내기 어렵습니다. 공격 때 ‘떼창 응원’을 하는 게 우리의 문화인데, 주구장창 앉아서 보기만 하는 투수전을 어느 누가 즐겁게 관람했다고 하겠습니까.


강 : 응원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팬들의 입에 착착 달라붙던 응원가, 선수의 등장 때마다 분위기를 띄우던 등장곡이 사라지면서 응원의 재미가 반감됐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등장곡이 아예 사라지니 심심해진 부분도 있어요. 선수가 직접 정하는 등장곡은 팬들이 선수의 취향을 파악하는 또 다른 재미죠.


서 : 응원가는 보통 타자들을 위해 불러주는 게 대부분이라 소리 지르고 노는 것도 점수가 나야 가능한 일이죠.


강 :
마지막으로 관중증가를 위한 제언을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정 : 선수들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프런트는 철저히 그라운드가 아닌 스탠드를 보라고 당부하고 싶네요.


서 : 팬과 적극적으로 호흡하길 바랍니다. 야구장에서 선수는 그저 운동하고, 팬들은 지켜보는 식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돼야죠.


강 : 팬들이 선수에게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행동을 요합니다. 또 프로야구 팬들도 ‘프로’입니다. 스스로 격을 떨어트리는 행동은 삼가야죠.


장 : 지방 연고팀들의 응원도구가 내년에는 수도권 구장에 가득 차길 기대합니다.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야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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