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던지고 싶어요” 다음 등판 기다리는 박종훈의 자신감

입력 2019-09-1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박종훈은 승운이 따르지 않던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팀 승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스스로도 “승리의 파랑새라는 별명이 참 좋다.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이 이긴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팀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박종훈(28)은 요즘 자신의 선발 등판 경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발전하려 애쓰는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으면서 온 마음이 자신감으로 꽉 찼다.

한 시즌이 후회로 얼룩질 뻔 했다. 출발부터 힘겨웠다. 개막 직후 7경기에서 호투를 거듭하고도 승리 없이 2패만을 떠안으며 위축됐다. 매일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성실왕’ 박종훈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7월을 7승 5패로 마쳤지만 8월 중순까지 4연패에 빠지는 등 고비가 이어졌다. 자존감을 끌어올려 보려는 노력도 뜻하지 않게 자만심으로 변질됐다.

“야구를 하며 늘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자부하던 박종훈은 올 시즌을 치르며 “나태하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들었다. 그는 “스스로 한계를 지어버렸다. 매년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하는 선수인데 지난해 거둔 14승에 심취해 ‘이만큼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정 수준 안에서만 노력을 했다. 그렇다 보니 경기력의 편차도 컸다”고 돌아봤다.

승리가 적절히 쌓이지 않다보니 ‘안타를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에 팔각도를 높이고 직구 구속을 끌어올려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리기도 했던 박종훈이다. 이제는 상대와 싸우기보다는 철저히 자신을 컨트롤 하는데 집중한다. 그는 “문제점을 찾은 뒤로 팔을 낮추고 로케이션, 볼 배합에만 중점을 두고 야구를 했다.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줘도 신경 쓰지 않는다. ‘좋아. 다음 타자를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자 옛날의 내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종훈은 가장 최근 경기인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서도 옛 모습 그대로 쾌투를 펼쳤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0-1)를 썼으나 6이닝 4안타 7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위력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핵심 과제인 볼넷을 최소화 한 것이 주효했다.

근래에는 메모장에 적어둔 자신과의 약속을 매일같이 꺼내본다. ‘과거의 잘못을 하루에 10분만이라도 생각하자. 내가 제일 잘하는 걸 생각하자. 후회할 행동을 하지 말자. 나는 챔피언이 아니다. 항상 도전자다. 루틴에 얽매이지 말자’는 다짐이다. 그는 “어제의 나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김)광현이 형, (최)정이 형, (김)강민 선배 역시 계속해서 갈구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동안의 경기에서 후회되는 점들을 반복하지 않고 싶다.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다. 그래서 더 빨리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8승을 기록 중인 박종훈은 더 이상 개인 승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팀 승리에만 초점을 맞춰뒀다. 그는 “나는 ‘승리의 파랑새’라는 별명이 참 좋다.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이 이긴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승리 투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말 그대로 스타트 피처다. 늘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 내가 등판하는 경기 모두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