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간 추억 시계, 전설도 현역도 모두 웃음꽃

입력 2019-09-22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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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오른쪽)과 아리야 쭈타누깐(왼쪽)이 21일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 포섬 경기에서 안니카 소렌스탐(가운데)의 1번 홀 티샷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양양|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골프 여왕’의 힘찬 티샷과 함께 추억 시계는 십수 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비록 세월은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흘러갔지만, 전설들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으로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일일 현역으로 돌아온 박세리(42)를 필두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름잡았던 안니카 소렌스탐(49·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38·멕시코), 줄리 잉스터(59·미국)가 국내 골프팬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비록 몸은 현역시절처럼 완벽하게 따라주지 않았지만, 전성기 활약상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으로 값진 추억을 선물했다.

박세리.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 골프 여왕의 멋쩍었던 첫 티샷

LPGA 투어 통산 155승을 합작한 이들은 21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살몬·시뷰코스에서 열린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에서 모처럼 자웅을 겨뤘다. 현재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는 박성현(26·솔레어), 이민지(23·호주), 렉시 톰슨(24·미국), 아리야 쭈타누깐(24·태국)과 각기 짝을 이뤄 포섬 경기를 펼치며 웃음꽃을 피웠다.

박세리의 1번 홀(파4) 티샷과 함께 막을 올린 이번 대회는 시계를 20여 년 전으로 돌린 듯한 착각을 만들어냈다. 2000년대를 전후해 숱한 무대에서 맞붙었던 박세리와 소렌스탐을 한자리에서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2000여 갤러리들의 향수는 충분히 자극됐다. 또한 국내 골프팬들과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던 오초아와 잉스터의 플레이도 반가운 볼거리였다.

이틀간 진행된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의 백미는 첫날 포섬 경기 1번 홀이었다. 가장 먼저 나선 박세리의 드라이버 티샷. 팬들의 힘찬 환호를 받은 박세리는 다소 민망한 스윙 실수로 멋쩍은 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긴장한 탓인지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왼쪽 깊은 러프로 들어간 공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박세리는 동반자인 톰슨이 1벌타를 받아 티샷을 한 뒤 어렵사리 트리플 보기로 첫 번째 홀을 빠져나왔다. 이후 파4 7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체면을 살린 박세리는 톰슨과 함께 최하위인 9오버파 81타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소렌스탐.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 여전한 스윙 뽐낸 전설들

박세리와 함께 LPGA 투어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소렌스탐과 오초아, 잉스터도 국내 골프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셋 모두 전성기 스윙 스피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차근차근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전설 중의 전설이었다.

LPGA 투어 최다승인 72승을 달성한 소렌스탐은 특유의 어퍼 스윙으로 갤러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공의 방향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전설다운 감각만은 여전했다.

오초아와 잉스터 역시 현역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냈다. 레전드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오초아는 다시 투어를 뛰어도 될 정도의 스윙을 선보였다. 간간이 시니어 투어를 뛰고 있는 잉스터도 59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실력으로 후배들을 놀라게 했다.

잉스터-오초아-소렌스탐-박세리(왼쪽부터).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2016년 10월 은퇴 이후 3년 만의 필드 나들이를 마친 박세리는 “바쁜 스케줄을 뒤로하고 이번 대회를 찾아준 전설들과 후배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들과 한 곳에서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더욱 뜻 깊었다”면서 “몸 이곳저곳이 아플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는데 첫 홀에서 티샷 실수가 나왔다. 그간 ‘왜 연습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선수 때 가졌던 설렘을 다시 느끼게 돼 행복했다”고 활짝 웃었다.

박성현과 함께 짝을 이뤄 2오버파 74타로 우승을 차지한 소렌스탐도 “박세리의 주선으로 의미 있는 자리를 함께하게 됐다.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그간 자주 만나지 못했던 현역선수들을 잘 알게 돼 기뻤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양양|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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