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2년 연속 10승 투수 사라진 삼성의 ‘예고된’ 몰락

입력 2019-09-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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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한수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전반기 최종전을 치른 7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선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가 맞붙었다. 고졸 신인 원태인이 선발 등판한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삼성 김한수 감독은 외국인투수들의 동반부진으로 새까맣게 타들어가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구단과 곧 최종담판을 짓겠다.’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흘 뒤 먼저 저스틴 헤일리의 퇴출이 결정됐다. 헤일리는 전반기 19경기에서 5승8패, 평균자책점(ERA) 5.75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어 보름여가 지난 8월 8일 새 외국인투수 벤 라이블리의 계약과 덱 맥과이어의 퇴출이 발표됐다.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만 한 차례 노히트노런을 포함해 4승을 거둔 맥과이어였다. 그 외 17경기에선 승 없이 8패만을 안았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뜻밖의 카드를 꺼냈다. 헤일리의 대체선수로 투수가 아닌 타자 맥 윌리엄슨을 리그 재개에 맞춰 데려왔다. 가장 절실했던 투수력을 보강하지 않은 이 결정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반기 삼성의 팀 ERA는 4.42(6위), 선발진의 ERA는 4.67(7위·22승37패)에 불과했다. 불펜이 17승17패17세이브41홀드, ERA 4.07(5위)로 버텨준 덕에 5위 희망을 엿보던 팀이 일반적인 야구상식과 배치되는 선택을 했다.

결국 삼성은 후반기 마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라는 고배를 들었다. 후반기 삼성 선발진의 ERA는 10개 구단을 통틀어 유일하게 5점대(5.19)다. 팀 타율도 전반기(0.263)보다 오히려 낮은 0.247이다. 투수 아닌 타자(윌리엄슨)를 영입한 판단력, ‘그나마’ 투수(라이블리)를 보강한 시점이 모두 어긋난 데 따른 결과에 대해 이제 누군가(단수 또는 복수의 인물)는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삼성 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6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투수 잔혹사의 여파로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10승 투수 없는 시즌’을 보내게 됐다. 구단 역대로는 3번째다. 38세의 베테랑 윤성환이 현재 8승으로 팀 내 최다승이다. 올해 1년간 옵션을 포함한 총액 10억 원에 계약한 프리에이전트(FA) 투수 윤성환마저 없었더라면 더 참혹할 뻔했다. 그 뒤를 7승의 좌완 백정현이 잇고 있다. 두 투수 모두 10승을 채우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에는 8승의 팀 아델만이 최다승 투수였다. 삼성이 가을잔치의 들러리에 그친 1996년 9승의 최재호에 이어 22년 만이었다. 되돌아오기까지 장장 22년이 걸린 불명예의 시간이 다시 1년으로 단축됐다. 2002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2011~2014년의 통합 4연패에 이르기까지 ‘삼성왕조’의 버팀목은 ‘투수왕국’이었음을 떠올리면 더 없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광은 과거 속으로 점차 희미해져가고, 불명예는 현실 속에서 한층 생생해지는 삼성 라이온즈의 모습이 낯설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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