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베이스볼] 파격의 연속 롯데, 외인감독은 하이 리스크

입력 2019-09-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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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부활을 이끌며 부산 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또 한 번 새 사령탑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랜 현장 공백이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Baseball Team Weekly meeting·Who?·Why?]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23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 이경호 차장,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서다영, 최익래 기자


이경호(이하 이) : 롯데 자이언츠가 매우 이례적으로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67)을 포함한 3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국내 후보군과의 인터뷰도 진행한다고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외국인 감독 선임 쪽으로 더 기울어져 보입니다. 성민규 단장을 선임할 때부터 예상됐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과연 현재 롯데 새 감독으로, 개인적 역량을 떠나 외국인 사령탑이 최고의 선택인지는 논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정재우(이하 정) : 로이스터 감독, 롯데의 감독 교체기마다 나왔던 친숙한 이름인데요. 이번에는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군요.


이 : 부산 팬들이 그리워하는 이름이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장을 떠난 지 수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봅니다. 분명 롯데 암흑기를 끝냈다는 공도 있지만 당시 전력이면 우승에 도전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남았죠.


정 :
페넌트레이스는 그나마 괜찮았죠. 암흑기에 있던 팀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으니까요. 재임 3년간 정규시즌 순위는 3·4·4위였어요.


이 : 당시 타격이 워낙 좋았죠. 두려움 없는 스윙으로 호쾌한 공격야구를 펼치면서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고.


정 :
침체됐던 팀 분위기를 바꾼 점은 높이 사야죠. ‘노 피어’라는 명언 아닌 명언으로 상징되죠.

최익래(이하 최) : 노 피어 정신은 아직도 롯데 팬들이 그리워하고 있어요.

스콧 쿨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롯데 파격의 연속, 신인 외국인 감독까지?

정 :
하지만 그런 감독을 롯데가 경질한 이유는 지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3년간 준플레이오프의 벽을 한 번도 못 넘었어요. 리버스 스윕을 당하기도 했죠. 그나마 3패, 1승3패, 2승3패로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최 : 시리즈 통과 제로.


강산(이하 강) : 그래도 단계적인 발전을 보여주긴 했네요.


서다영(이하 서) :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롯데가 인터뷰를 발표한 스콧 쿨바(53), 래리 서튼(49)은 어떻게 보세요? 모두 KBO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지만 지도자는 또 다르죠.


이 : 현재 롯데를 생각했을 때 신인감독은 위험해요. 쿨바는 차근차근 지도자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특히 신인감독을 선택할 거면 오히려 국내 코치 출신이 리스크가 더 적지 않을까요.


최 :
단장도 KBO에서 경력이 없고, 감독까지 신인 외국인이라면….


정 : 메이저리그라면 가능한 그림이죠. 프런트 주도의 데이터야구를 추구하는 메이저리그의 현 추세라면 경력 짧은, 말 잘 듣는 젊은 ‘선출’이 감독으로 선임될 수 있겠죠.


● SK 우승을 이끈 힐만과는 전혀 다른 선택


이 :
SK 와이번스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정식 감독이었고 일본에서 우승도 한 커리어가 있었죠.


정 : 롯데가 나름의 방향성을 잡는 것까진 좋은데, 메이저리그와 한국야구가 지금 같은 환경인지는 고민해봐야죠.


강 :
파격을 위한 파격이라면 누구도 반갑지 않죠. 힐만은 일본에서 지휘봉을 잡아 우승을 경험하는 등 아시아야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영입에 크게 작용했었습니다.


이 : 젊은 단장, 그리고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운영을 원한다면 함께 일하기에는 외국인 감독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는 있죠. 단장의 색깔도 더 분명하게 투영할 수 있고요.


정 :
그러나 자칫 사장도, 단장도, 감독도 모두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서 롯데를 엄한 곳으로 끌고 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 : 불안 요소가 굉장히 많아 보이네요. 국내 후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롯데에서 뛰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베테랑 감독들이 후보 리스트에 있겠죠.

정 : 국내 감독역시 단장과 나이차 별로 나지 않는 신인은 위험해 보여요. 차라리 경륜 있는 국내 감독이 단장에게 여러 조언을 하면서 함께 팀을 끌고 가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 국내 베테랑 감독이 정답에 가까울 수도


이 : 제 생각에도 베테랑 감독이 오히려 어울려 보여요. 사실 롯데 감독은 감내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방패막이 역할도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최 : 지금 롯데 감독은 독만 든 성배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서 : 누가 와도 부담스러운 자리죠. 버틸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정 : 겉으로는 프런트 체면 살려주면서도 용의주도하게 선수단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감독이 좋을 듯해요.


강 :
동감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성민규 단장이 추구하는 변화를 위해서는 조범현 전 감독 같은 베테랑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 롯데를 강팀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역경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내공이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리빌딩 능력, 선수단과 소통, 대외적인 안정감 등이요.


정 : 성민규 단장의 취임 일성에 주목할 필요도 있어요. ‘리빌딩 아닌 리모델링’, 이 얘기는 열화 같은 사직 팬들을 고려해 성적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얘기처럼 들려요.


이 : 그러네요. 성적은 내야 한다….


정 : 그렇다면 리스크가 높은 초보 외국인 감독은 배제할 필요가 있겠죠.


이 : 절대로 피해야 할 카드가 초보 외국인으로 보입니다.


정 : 그런데 로이스터 포함한 3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면접한다는 건 다소 의외더군요.


최 :
궁금한 게, 팬들은 외국인 감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단지 로이스터와 힐만의 결과가 좋았기 때문일까요? 사실 ‘외국인 감독=선진야구’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니잖아요.


강 :
로이스터가 화끈한 야구를 보여줬죠. 오랜 암흑기를 끝내기도 했고. 그런 향수 아닐까요.


정 : 그래서 외인으로 간다면 로이스터가 유력하지 않나 싶고요. 그나마 롯데 팬들이 지지하고, 정규시즌에는 성적도 냈으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단장이 새로 취임하고, 외국인 감독 후보 면접하는 일련의 흐름에 앞서 아로요를 투수 육성으로 불러왔잖아요. 이게 시작점이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단장 임명했고, 결국 감독도 외국인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 흐름이네요.


강 :
로이스터 때 팀 분위기도 좋았고 화끈하긴 했죠.


정 : 프랑코 코치도 아직 2군에 있지 않나요?


이 : 그러게요. 프랑코 코치는 왜 후보군에 없는지. 사실 외국인 감독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브랜드 나이트 키움 히어로즈 코치 등 KBO리그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은 코치들도 있는데요.

정 : 롯데 경영진은 기존의 틀 싹 무시하고, KBO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팀으로 만들려는 듯해요. 국내 후보들이 사실 있는지도 의문스럽고, 있다 해도 들러리에 그칠 가능성이 커요.

스포츠동아DB


이 : 결국 롯데는 외국인 사령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시나요? 그렇다면 이러한 연속적인 파격적인 실험은 어떤 결말을 보일까요?

정 :
일련의 흐름으로는 외국인 감독으로 기운 듯합니다. 파격적인 실험에 필요한 준비를 갖췄는지는 의문이고요.


이 : 현장 공백이 긴 로이스터, 그리고 리스크가 큰 신인 외국인 감독. 위험성이 너무 높아요.


강 : 파격을 위한 파격이 된다면 오히려 팀의 리모델링에 엄청난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라고 봅니다.


서 :
결국 외국인 감독으로 갈 것 같습니다. 근데 위험 부담이 크게 따르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실패할 경우 그 다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더 타격이 클 수도 있어요. 힐만은 결과적으로 팀이 좋은 성적을 냈고, 지금 힐만의 유산이라 불리는 좋은 투수진들이 있으니 정말 아름다운 이별이 되었지만요.


최 : 이 생각이 크게 듭니다. 외국인만이 정답은 아닌데….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야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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