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도래’ 2019년 신인왕 경쟁구도가 반가운 이유

입력 2019-09-24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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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왼쪽)-삼성 원태인.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애초 2019시즌 신인왕 경쟁은 LG 트윈스 정우영(20)과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19)의 2파전 구도로 전개되는 듯했다.

고교 졸업 후 입단 첫해부터 1군 마운드의 핵심으로 잡은 정우영과 원태인의 퍼포먼스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우영은 LG 계투진, 원태인은 삼성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원태인이 후반기 부진에 시달리며 경쟁에서 조금씩 멀어진 탓에 판도는 사실상 정우영의 독주 체제로 바뀌었다. 둘은 입단 첫해 ‘순수 신인’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높은 점수를 받았다. 23일까지 54경기 4승6패1세이브15홀드,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한 정우영의 성적은 분명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압도적이진 않은 게 사실이다. 스펙트럼을 조금만 넓혀보면 그간 언급되지 않았던 신인왕 후보는 더 있다. KIA 타이거즈 이창진과 전상현, NC 다이노스 김태진, 두산 베어스 최원준이 그들이다. 이들 4명의 공통점은 ‘중고 신인’이라는 점이다. 입단 첫해를 제외한 5년 이내(6년차까지)이자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 미만을 소화했다면 신인왕 수상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들은 모두 그 조건을 갖췄다. 팀의 부족한 부분을 충실히 메운 만큼 표를 받는 데 결격사유는 없다.

이창진은 팀의 141경기 가운데 132게임에 출장해 타율 0.270(397타수 107안타), 5홈런, 46타점, 출루율 0.363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적잖은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올 시즌 규정타석(446타석)을 채웠다는 점이 그의 공헌도를 설명한다. 2016시즌 입단해 지난해까지 총 23.1이닝만을 소화한 전상현은 올해 54경기에서 1승4패14홀드, 평균자책점 3.28로 환골탈태했다. 시속 140㎞대 중반의 묵직한 포심패스트볼(포심)과 남다른 배짱을 앞세워 계투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KIA의 불안한 마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전상현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김태진은 개막전부터 단 한 차례도 1군에서 제외되지 않고 117경기 타율 0.281(352타수99안타), 5홈런, 46타점, 득점권타율 0.315를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팀 전력의 핵심인 나성범의 부상 이탈로 위기에 빠졌을 때도 외야 전 포지션은 물론 2루수, 3루수 등 내야까지 책임지며 ‘마스터 키’로 자리매김했다. 32경기에서 1승2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 중인 최원준은 김강률과 곽빈 등 핵심 자원의 부상 이탈로 약화한 두산 계투진의 한 축을 맡아 적잖은 힘을 보태고 있다. 선발투수로 나서야 하는 상황에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며 두산이 선두 싸움을 하는 데 적잖은 공헌을 했다.

2017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2018년 강백호(KT 위즈)라는 압도적인 신인왕이 탄생하면서 팬들의 시선도 순수 신인에 매몰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한 그루의 나무에 사로잡혀 숲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신인왕 자격을 갖춘 이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자격이 있다. 시즌 막바지 ‘중고 신인’들의 등장으로 신인왕 경쟁 구도가 더욱 흥미로워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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