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인플레·디플레의 공존, 역대 첫 80승·80패 4팀씩 쏟아지나

입력 2019-09-24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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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승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공존하고 있다. 전례 없는 양극화 시즌, ‘부익부빈익빈’의 성적에 리그의 고심은 깊어진다.

23일 기준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는 팀당 많게는 6경기, 적게는 3경기씩 남겨두고 있다. 우승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대부분의 순위는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역대 최다 80승, 80패 팀이 쏟아질 전망이다. SK 와이번스(84승), 두산 베어스(83승), 키움 히어로즈(84승)는 이미 80승 고지를 넘어섰으며 LG 트윈스도 6경기를 남겨두고 77승이다. 잔여경기에서 5할 승률만 기록해도 4번째 80승 팀이 된다. 반면 꼴찌가 확정된 롯데 자이언츠(88패)는 물론 9위 한화 이글스(83패), 7위 KIA 타이거즈(80패)는 이미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6경기를 남겨둔 삼성 라이온즈도 79패다.

우승의 지표였던 80승도, 꼴찌의 바로미터였던 80패도 흔해졌다. 80승과 80패 모두 4팀씩이나 해당 고지에 올라선 사례는 없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37년간 80승 이상 거둔 팀은 총 20개였다. 연 평균 한 팀이 안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 초창기에는 팀당 100경기 안팎을 치렀다. 절대적인 경기수가 적었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승률을 올리더라도 쌓을 수 있는 승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80패 역시 37년간 18차례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팀당 120경기대로 늘어난 1990년대 초반부터 80승, 80패 이상 팀이 종종 나왔지만 한 시즌에 두 팀 이상이 해당 고지를 넘은 사례는 드물었다. 실제로 단일리그 기준으로 80승에 선착한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선 15번의 사례 모두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반대로 80패를 기록하고도 꼴찌를 면한 팀은 2017년 한화, 삼성과 2018년 KT 위즈뿐이다. 아무리 경기수가 늘어났어도 80승, 그리고 80패는 선두와 꼴찌의 척도처럼 여겨졌으나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각에선 이런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관중감소의 원인으로 꼽는다. 2000년대 중후반 국가대항전의 성과로 르네상스를 맞은 KBO리그가 올해는 흥행실패 모드로 돌아섰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달성된 800만 관중 시대는 올해 종식이 확실시된다. 전체 2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집계된 관중은 700만826명. 전년 대비 10%나 줄어든 추세다. 이대로라면 평균 1만 명 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롯데, KIA, 삼성 등 전통의 인기팀이 80패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결과 예측이 쉬운 스포츠로 발길을 옮길 팬들은 많지 않다. 유례없는 승률 양극화 시즌, 관중감소의 책임 소재는 어쩌면 분명해졌는지 모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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