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양자물리학’ 박해수 “대학로 친구들, 제 모습 보고 펑펑 울더라고요”

입력 2019-09-26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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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양자물리학’ 박해수 “대학로 친구들, 제 모습 보고 펑펑 울더라고요”

배우 박해수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에 출연하면서부터다. TV에서 늘 보던 사람들이 반복해 나오는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박해수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많은 이들이 “처음 보는 사람인데 연기를 참 잘한다”라며 그의 매력을 알기 시작했다. 그의 등장은 신선함이자 반가움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관객들 앞에 다가간다. 25일 개봉된 영화 ‘양자물리학’을 통해서다.

‘양자물리학’에서 박해수는 죽어가는 업소도 살려내는 ‘유흥계 화타’인 ‘찬우’ 역을 맡았다. 그는 ‘생각은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찬우’가 건강한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비록 살아온 과정이 행복하진 않았을 지라도 건강하게 잘 컸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감독님 자체가 ‘찬우’ 같은 면을 갖고 있어요. ‘캐릭터를 낳는다’고 하잖아요. 대본을 받았을 때, 꺾거나 반전의 묘미를 주는 요즘의 작품이 아닌 이 영화는 그냥 돌격하더라고요. 게다가 감독님을 만났을 때, 침착하면서도 저돌적으로 말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찬우의 건강하고 저돌적인 면이 여러 가지 방면으로 세포 분화하는 느낌이라 신선했죠.”

박해수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첫 주인공을 맡았다. 배우를 꿈꾸는 사람,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인공’이란 ‘언젠간 이뤄야 할 목표’와 같게 보이지만 박해수는 꼭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다짐은 없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그것이 ‘주인공’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이라는 것이 연기를 잘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의 그릇이 큰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회사인 이병헌 선배 같은 경우만 봐도, 현장에서 늘 주변을 살피시면서 연기를 하세요. 그 만큼 여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이틀롤’이라는 것이 따라가는 것 같아요. 저도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양자물리학’은 영화이지만 출연 배우는 대학로 출신 배우들이 많다. 박해수를 비롯해 야망에 불타는 검사 ‘양윤식’ 역을 맡은 이창훈, 함께 나이트클럽을 이끌어가는 ‘상수’ 역을 맡은 임철수 등이 그렇다. 임철수는 박해수가 결혼하기 전까지 룸메이트로 함께 살던 20년지기 친구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무대에서 연기 호흡을 맞춰온 터라 ‘영화’라는 새로운 공간에서도 완벽한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이창훈 형은 극단 ‘맨씨어터’에 있을 때 연극 ‘갈매기’로 같이 무대에 섰고 철수는 저랑 10년 이상을 함께 한 친구라서 현장이 정말 편했어요. 워낙 선수들이어서 이 영화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대본 리딩도 연극처럼 한 것 같아요. 연습을 하면서 대사도 많이 고치고 현장에서도 고친 대본이 어울리지 않으면 서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바꿔보기도 했어요. 김상호, 김응수 선배는 뭐, 말할 것이 있나요? 다들 한 마음으로 연기한 것 같아요.”

그 결과물을 대학로에서 함께한 동료들이 보며 울기도 했다고. 그는 “연극했던 친구들이 시사회를 보다가 철수와 내가 나오는 모습을 보며 울었다고 하더라. 둘이서 연기한다고 고생한다고 돌아다닌 걸 다 아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 둘을 누구보다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이 우리 둘이 큰 화면에 나오니까 감격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박해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대학로에서는 잔뼈가 굵은 배우였다. 뮤지컬 ‘사춘기’ ‘영웅’,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극 ‘오이디푸스’, ‘갈매기’, 프랑켄슈타인’, ‘맨 프럼 어스’, ‘유도소년’, ‘남자충동’ 등에서 활약을 펼쳤고 제4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신인연기상, 제48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 제2회 더 서울어워즈 드라마 남우신인상을 수상했다. 연극 팬들은 그를 ‘갓해수’라 부를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였다.

대학에 있을 때도 과 활동보다는 연극 동아리에 더 열심히 임했다고. 그는 “수면 아래에 있었던 동아리였는데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제재했을 정도로 너무 열심히 했다”라며 “‘사춘기’ 연출하셨던 김운기 선생님과 늘 연습을 했었다. 독백만 16페이지인 4시간 30분의 공연을 한 달 반에 올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박해수는 여전히 연기와 무대를 갈망하고 있다. 언젠간 선배 황정민과 같이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특히 그는 영국 ‘내셔널씨어터 라이브(NT Live)’를 언급하며 “영국에서는 유명 배우들이 주기적으로 내셔널씨어터를 통해 ‘햄릿’, ‘리어왕’, ‘맥베스’ 등 유명 작품을 선보인다”라며 “게다가 관객들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없는 가격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무대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이제는 주연까지 맡은 그가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은 어디일까. 큰 목표가 생겼을 것 같지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영화든 공연이든 시간을 내어서 극장까지 오신다는 건 제겐 너무 감사한 일예요. 일단 ‘양자물리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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