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발·첫 골’ 이강인, 2019년 최고의 이슈 메이커

입력 2019-09-2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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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강인(18·발렌시아)이 또 한 뼘 자랐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이슈를 몰고 다닌 이강인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강인은 26일(한국시간) 헤타페와 치른 2019~2020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로 나서 발렌시아가 2-1로 앞선 전반 39분 추가골을 기록했다. 호드리고 모레노가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땅볼 크로스를 문전으로 달려들며 가볍게 마무리했다. 발렌시아는 두 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3-3으로 비겼지만, 후반 28분까지 뛴 이강인은 이날 팀의 3골 모두에 관여했을 정도로 돋보였다.

오직 축구선수로 성공하겠다며 2011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꿈을 키운 이강인이 8년 만에 라리가 데뷔 골을 넣은 나이는 만 18세 218일이었다. 이는 발렌시아 구단 아시아선수로는 첫 득점이자 외국인으로는 최연소다. 종전 기록은 프랑스 출신 모모 시소코(18세 326일)였다. 아울러 2012년 9월 셀타 비고 소속의 박주영 이후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 라리가 득점이다.

이강인은 구단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팀을 도와 이기기 위해, 승점 3점을 따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한 골을 넣어 팀을 도울 수 있어 기분 좋았지만 승점 3점을 얻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이강인이 다시 한번 거대한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높이 평가했고, 스페인 언론 ‘아스’도 ‘이강인이 역사적인 골을 넣었다’는 제목을 통해 그를 주목했다. 축구통계전문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이강인에게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7.3점을 부여했다.


● 새 감독 체제에서 날개를 활짝 펴다

이강인의 데뷔 골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를 견뎌내면서 얻어낸 성과물이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제대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임대 또는 완전 이적을 노렸다. 전력이 약한 구단을 가더라도 뛰면서 성장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구단주와 감독이 충돌을 빚을 만큼 이강인의 거취는 한여름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팀을 떠나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팀 내 경쟁을 통해 주전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었지만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에서 그가 설자리는 없었다.

이번 시즌 3라운드 이후 전격적인 감독 교체는 이강인에겐 기회였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과 이강인은 통하는 데가 있었다. 비록 후반 교체 출전이었지만 꾸준하게 출전 시간을 늘렸고, 이강인의 능력을 확인한 셀라데스 감독은 6라운드에서 선발 출전이라는 깜짝 선물을 건넸다.

이강인.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기록 또 기록…2019년 최고의 히트상품

2019년은 ‘이강인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신기록을 양산하며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월 13일 바야돌리드와 2018~2019시즌 19라운드를 통해 역대 5번째 라리가 무대를 밟은 한국인 선수이자 17세 327일로 최연소 유럽리그 데뷔 선수가 됐다. 1월 30일에는 발렌시아 1군과 계약한 가운데 특히 바이아웃 8000만 유로(약 1050억원)가 큰 화제가 됐다.

3월 평가전에선 파울루 벤투 한국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비록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성인대표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9월 조지아와 평가전을 통해 한국선수 중 역대 7번째로 어린 나이에 A매치 데뷔전(18세 198일)도 치렀다.

‘막내 형’으로 사랑받은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면서 골든볼을 들어올렸다. U-20 월드컵 역사상 아시아 선수 2번째이자 한국 선수 최초의 골든볼 수상이다.

18세 이강인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의 축구인생이 어떤 그림으로 채워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타고난 축구 재능에 성실한 자세, 겸손한 성품을 지닌 그가 또 어떤 역사를 만들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지 궁금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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