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절치부심’,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입력 2019-10-0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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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취임 2년째인 2019시즌의 실패를 되돌아보며 ‘절치부심’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SK 와이번스와 치른 시즌 최종 2연전을 앞둔 지난달 29일이었다. 한 감독은 “시즌 내내 부상선수들이 생겨서 힘들었다. 그 선수들이 돌아와 (전력이) 채워지면서 막판 선전이 가능했다”며 “시즌을 마치면 절치부심이란 각오로 다들(선수단) 잘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부상자와 더불어 한 감독이 지목한 부진 원인은 ‘이탈자’의 발생이다. 직접적으로 해당 선수들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스프링캠프 직전 방출을 요구한 뒤 두산 베어스로 옮겨간 좌완투수 권혁, 시범경기 도중 공개적인 트레이드 요청으로 물의를 빚은 외야수 이용규를 지칭하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알 만하다. 한 감독은 “올해는 구상했던 것들이 시작부터 어그러져 목표를 계속 수정해나갔는데 여의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58승86패, 승률 0.403의 9위가 올 시즌 한화의 최종 성적이다. 1위와는 무려 30.5게임차다. 페넌트레이스 3위(77승67패)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지난해의 성과에 비춰보면 ‘몰락’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9월 21경기에서 12승9패로 분발한 덕에 최하위를 면하고 4할대 승률에 턱걸이할 수 있었다.

내년 시즌 한 감독의 표현대로 절치부심해서 ‘명예회복’에 성공하려면 과제는 수두룩하다. 한 감독의 말을 빌리면 “가장 큰 숙제는 선발진 구축”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을 붙잡는다고 가정하면 역시 국내 선발자원의 발굴과 육성이 발등에 불이다. 한 감독이 주목한 고졸 신인 김이환을 비롯해 7월말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춰 LG에서 데려온 사이드암 신정락, 올 시즌 전반기 반전투를 선보인 포크볼러 장민재 등이 가장 근접한 후보들이다.

평균자책점(ERA)을 기준으로 지난해 1위(4.28)에서 올해 10위(4.74)로 추락한 불펜을 재건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예비 프리에이전트(FA)인 마무리 정우람의 거취와도 직결돼 있어 순탄치만은 않은 작업일 수 있다. 정우람의 FA 이적은 한화로선 상상하기조차 싫은 불안요소다.

타선강화와 포지션 균형회복 역시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 한다. ‘세대교체’, ‘신구조화’, ‘건강(부상 최소화)’ 등과도 맞물린 중대 사안이다. 올 시즌 중견수 전환에 따른 부담감과 2차례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로 최악의 시간을 보낸 정근우가 대표적 사례다. 팀 타율도 8위(0.256), 팀 홈런도 8위(88개)인 빈약한 타선으로는 내년 시즌 절치부심은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높다. 외야 뎁스 강화가 관건일 수 있다. 다가오는 겨울 할 일이 많은 한화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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