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폴 인 넘버스] 적중 혹은 반전의 지표 1위…준PO, 숫자답거나 답지 않거나

입력 2019-10-07 1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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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장정석 감독(왼쪽)-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숫자는 솔직하다. 하지만 솔직함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예측 가능한 범위’라는 말은 ‘예측 불가능의 영역’을 항상 내포한다.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준PO)도 마찬가지다. 6일 고척돔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숫자를 통한 예측이 경기의 전반을 주도했지만, 마지막은 달랐다. 이날 3타수 무안타,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PS) 30경기 통산 타율 0.208의 박병호가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것은 의외성의 묘미다. 숫자답거나, 숫자답지 않은 준PO의 향후 양상을 점쳐보자.

● 키움의 뒷문 두께는 LG보다 역시 두꺼웠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불펜이 가장 강했던 팀은 키움이다. 평균자책점(ERA) 3.41은 물론 물론 삼진/볼넷 비율(3.02), 승계주자 실점률(0.270) 모두 1위였다. 키움의 불펜이 승계주자를 물려받은 건 196차례(최저 2위)에 불과했다. 리그 평균(264번)에 한참 못 미친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최대한 부담이 덜한 상황에 불펜진을 마운드에 올렸고, 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1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균 90구의 제이크 브리검을 83구(6.2이닝) 만에 내렸다. 2사 1·2루 위기였지만 무실점의 브리검을 감안하면 다소 이른 타이밍이었다. 여기에 위기에 불펜투수를 올리지 않는 키움의 성향을 떠올리면 더욱 의외였다. 하지만 조상우는 카를로스 페게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조상우가 중간투수로 등판해 원 포인트 역할을 수행한 건 올해 두 번째였다. 장 감독은 5회부터 불펜을 투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과 질 모두 갖춘 키움 불펜은 시리즈의 열쇠를 쥐고 있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LG 윌슨이 8회말 2사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를 삼진 아웃 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뜬공 군단’ 키움 억제한 ‘땅꾼’ 윌슨, LG 내야는 고척 거뜬

LG의 1차전 선발 타일러 윌슨은 땅볼/뜬공 비율 1.98로 규정이닝 투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리그 평균(1.07)의 두 배에 가까운 ‘땅꾼’이었다. 그와 맞선 키움 타자들은 땅볼/뜬공 비율 0.94로 뜬공 군단이었다. 땅꾼과 뜬공 군단의 만남. 승자는 윌슨이었다. 윌슨이 잡은 인플레이 아웃 13개 중 땅볼이 12개, 뜬공이 1개였다.

땅볼 유도까지는 투수의 역할이라면 이를 아웃으로 연결하는 건 내야진의 몫이었다. 고척돔의 인조잔디는 내야수들에게 악명이 높다. “경기장도 아니다”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홍원기 키움 수비코치는 “콘서트 등 행사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 여느 구장보다 딱딱하고 빠르다. 타구가 갈수록 빨라져서 짧은 바운드 처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로서는 오지환의 공백이 염려됐다. 2016년 고척돔 개장 이래 100이닝 이상 소화한 야수 중 최소 실책이 오지환(1개)이었다. 하지만 그의 자리를 메꾼 구본혁이 6개의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향후 시리즈에서도 탄탄한 LG 내야진은 투수진을 도울 가능성이 높다. 3차전부터 오지환이 가세한다면 위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 유격수 김하성이 2회초 1사 1루에서 LG의 2루수 앞 땅볼 때 2루로 향하는 김현수를 포스아웃시킨 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타석의 김하성, 누상의 김하성 사이의 오차

준PO를 앞둔 류중일 LG 감독은 ‘경계대상 1호’로 김하성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하성은 LG 상대 16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128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에서 LG 상대 OPS가 가장 높은, 그야말로 LG 킬러였다. 실제로 김하성은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다만 타석과 누상의 모습은 데이터를 비껴갔다. 김하성은 정규시즌 도루 33개로 2위에 올랐다. 성공률은 89.2%로 20개 이상 선수 중 1위였다. 하지만 1차전에서는 5회 도루실패, 8회 견제사를 당했다. 8회 장면은 투수 윌슨의 보크 논란이 있으니 차치하더라도, 5회는 피치아웃에 걸리며 완벽히 당했다. 김하성을 잡아낸 유강남은 도루 저지율 22.9%로 600이닝 이상 포수 10명 중 7위에 불과했다. 윌슨의 달라진 슬라이드 스텝이 원인이다. 바꿔 말하면, LG는 이번 PS에 앞서 약점을 지우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1차전 김하성의 발을 묶는 데 성공했다. 이제 LG의 연구가 김하성을 타석에서도 묶을지, 반대로 숫자대로 김하성의 발이 LG의 봉쇄를 뚫을지가 관건이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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