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원정’ 앞둔 손흥민, “한 걸음씩 전진…오직 경기만 본다”

입력 2019-10-0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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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 스포츠동아DB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은 7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훈련을 시작했다.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 원정(2-0)을 시작으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H조)에 돌입한 한국은 10일 스리랑카와 화성에서 홈 2차전을 갖고,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원정 3차전에 나선다.

대표팀 ‘캡틴’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은 신중했고, 또 비장했다. 역사적인 북한 원정을 앞둔 소감으로 “스텝바이스텝이다. 한 걸음씩 나가야 한다. 모두가 북한전만 신경 쓰고 있어 한편으로 더 걱정스럽다”는 말을 했다. “스리랑카전이 우선”이라는 벤투 감독의 생각과 궤를 함께하는 현명한 답이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으로 향하는 1년여의 긴 여정. 벤투호의 상대가 북한만은 아니다. 스리랑카가 약체로 손꼽히지만 투르크 원정에서 드러났듯 쉬운 승리를 장담해주는 상대는 없다. 강호들이 언제든지 덜미를 잡힐 수 있는 이변의 스포츠가 축구다. 한국은 만만치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손흥민은 “마음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주장이 느끼는 무게다. 1986년 멕시코대회부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화려한 역사와 전통을 지켜왔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가 월드컵에 가느냐, 못 가느냐가 걸려있다.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표현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10월 A매치 시리즈를 향한 스포트라이트의 대부분이 북한 원정에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전 세계 미디어가 남북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이용해 북한에선 경기 관전이 포함된 별도 관광 상품을 판매 중이다.

김일성경기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만큼 부담이 대단하다. 더욱이 현지 사정은 최악에 가깝다. 김일성경기장은 인조잔디로 그라운드를 조성했다. 바닥이 딱딱하고 쉽게 미끄러진다. 잘못 넘어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응급처치 역시 믿을 수 없다.

태극전사들은 인조잔디를 아주 오래전 경험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SV 유소년 시절이 마지막이다. “축구는 어디든지 부상 위험이 있다. 언제 (인조잔디) 경험을 해보겠나. 또 하나의 추억을 쌓고 싶다”고 짐짓 여유를 보였으나 큰 변수임에 틀림없다.

압도적인 원정 분위기도 걱정스럽다. 10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전을 극복해야 한다. 침대축구와 레이저 광선 등 중동 원정에서 종종 경험한 텃세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북한은 대표팀 공식응원단 붉은악마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도 이미 “(응원단 방북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축구의 성지이자 그들 입장에서 신성한 이름인 ‘김일성’의 명칭을 딴 장소라 “대~한민국”의 함성은 부담스럽다.

그래도 손흥민은 의연하다. “팬이 없는 상황은 타격이지만 응원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우린 경기를 위해 평양으로 향한다.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오직 경기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파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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