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류중일 향한 비난…미디어데이가 객관으로 채워진다면?

입력 2019-10-1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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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중일 감독.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선발투수 세 명으로 끝내겠다.”

준플레이오프(준PO) 시작을 하루 앞둔 5일,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이 밝힌 출사표다. 당시 류 감독은 이례적으로 1~3차전 선발투수를 모두 공개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원투스리펀치 타일러 윌슨~차우찬~케이시 켈리를 믿은 것이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당연히 5차전까지 가는 끝장승부를 대비했다. 고척과 잠실에서 1승씩 주고받은 뒤 5차전 고척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게 현실적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단, 팬을 한데 집결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실제로 1차전을 앞둔 LG 선수들은 “미디어데이라 일부러 강하게 이야기하신 것 같다”, “3차전에 끝내달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류 감독은 평소에도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도자로 꼽힌다. 현역 최다인 한국시리즈 4회 우승 감독임에도 무게를 잡지 않고, 취재진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응답한다. 때로는 예민할 만한 질문이 날아와도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밝힌다. 미디어데이의 세 경기 발언은 이러한 철학의 발로다. 실제로 상대인 장정석 키움 히어로즈 감독도 손가락 네 개를 펼치며 3승1패로 승리하겠다는 의중을 담았다. 어쨌든 ‘우리가 너희를 꺾고 다음 시리즈에 간다’는 출사표가 나오는 자리다.

하지만 LG가 3차전까지 1승2패로 밀리자 류 감독의 미디어데이 발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차전까지 2패를 당했을 때는 시리즈 전적에서 밀리고 있는 감독에 대한 비판을 넘어 “진짜 세 경기 만에 떨어지겠네”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모든 감독과 선수가 신중론으로 일관한다면 팬들은 “재미도 없는 미디어데이는 도대체 왜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거듭된다면 앞으로는 어느 감독도 판에 박힌 말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팀이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희망과 가능성을 노래한다. 미디어데이는 그런 자리다. 가령 객관적으로 최하위 전력이라고 꼽히는 팀의 감독이 시즌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올해는 꼴찌 할 것 같다. 다들 우리 팀의 전력을 알고 있지 않나. 100패만 피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다고 하자. 그 팀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들까?

미디어데이에서는 최소한의 객관을 제외하면 각자의 주관대로 희망의 씨를 뿌리고, 그를 통해 밝은 전망을 그리면 된다. 인터뷰장은 승패나 순위를 맞히는 도박장이 아니다. 정확한 결과를 바라는 ‘점집’도 아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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