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여성들’ 한국어 떼창…BTS “믿기지 않는 순간”

입력 2019-10-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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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1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해외가수 최초로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연 방탄소년단은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의 금기를 깨면서 3만여 ‘아미들’의 환호를 받았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사우디아라비아 투어에서 새 역사 쓴 방탄소년단

2년 전 여성 금지 장소였던 킹파드
검은 망토 아미 3만 명 환호 진풍경
밤하늘엔 아미 상징 보랏빛 물들어
BTS “이번 무대 영원히 간직할 것”


그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보라색 물결로 물들였다. 방탄소년단은 12일 오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를 열고 3만 명의 관객들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 “역사적인 순간!…알 아브딸(최고)”


방탄소년단의 사우디 공연은 개최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해외 가수가 콘서트를 여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특히 2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입장조차 금지된 곳이었지만,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여성들이 마침내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6월 한국가수 최초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진행한 공연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데 이어 이번 공연도 역사적인 ‘사건’인 만큼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곡 ‘디오니소스’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아바야(이슬람 지역 여성들이 입는 검은 망토형태의 통옷)를 입은 여성들이 “BTS!”를 환호했다. 아바야에 히잡, 니캅, 차도르 등을 각기 쓴 이들이 동시에 아미밤(방탄소년단의 공식 응원봉)을 흔들자 일종의 ‘의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분위기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자 사우디의 아미들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고, 파도타기 등을 통해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춤을 추는 행위는 2년 전만 해도 금기시됐다는 사실이다. 이슬람 율법과 보수적인 문화의 관습 앞에서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아미들의 축제…아홉브쿰!(사랑해요)”

공연은 화려한 무대와 멤버들 특유의 강렬한 퍼포먼스로 3시간가량 진행됐고, 3만여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부른 총 24곡 전곡을 한국어로 ‘떼창’해 눈길을 끌었다. 방탄소년단이 무대 중간 미리 준비한 아랍어로 “아홉브쿰”(사랑해요), “알 아브딸”(최고), “슈크란”(감사합니다)이라며 인사를 건네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방탄소년단은 “오늘은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축제의 자리다. 믿기지 않는 이 순간을 만들어준 아미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먼 곳에 있는 저희에게 큰 사랑 주고 응원해 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오늘 이 무대를 잊지 않고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이번 공연을 생중계로 함께 즐긴 전 세계 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 주변에는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상징하는 보랏빛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특히 리야드의 랜드마크인 킹덤 타워 등 고층 빌딩에도 보라색 불이 잇달아 켜졌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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