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응원단·생중계 사라진 평양 원정…‘몽니’ 북한 징계는 가능할까?

입력 2019-10-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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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도 취재진도 없다. 심지어 TV 생중계 여부도 불투명하다. 비협조로 일관하는 북한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외로운 북한과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에 나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 파울루 벤투 감독(일곱 번째)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이 13일 비자발급처인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표팀은 14일 평양에 입성한다. 인천국제공항|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원정 3차전을 갖는다.

남북이 월드컵 본선으로 향한 길목에서 마주친 것은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예선(3차 예선·최종예선) 이후 11년 만이고, 태극전사들의 평양 방문은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이다. 남북이 같은 조에 편성되자 큰 흥미를 보인 전 세계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도 평양벌 결전이 다가올수록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리지만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다른 원정팀들과 (한국을) 동등히 대우한다”고 약속했음에도 벤투 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30명의 대한축구협회(KFA) 임직원들과 선수 25명의 방북을 허가한 것 이외에는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KFA가 요청한 육로 혹은 전세기 이용 등 이동편의도 허용하지 않았다. 원정 선수단은 결국 13일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 비자를 발급받고 14일 평양에 입성하는 2박 3일짜리 불편한 스케줄을 감수하게 됐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스포츠동아DB


여기에 대표팀은 3가지가 없는 상태에서 원정을 펼쳐야 한다. 먼저 응원단이 없다. 붉은악마의 “대~한민국”의 외침과 대형 태극기, 각종 플래카드가 부담스러운지 일반 팬들의 방북 요청을 외면했다.

북한은 게다가 취재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미디어 풀(Pool)은 선수단과 달리 심양을 거쳐 방북하려 했는데, 역시 불가능해졌다. 대표팀이 현지에서 어떠한 일을 겪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귀국할 때까지 확인할 수 없다. 북한은 두 가지에 대해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섰다.

심지어 TV 생중계마저 불발될 조짐이다. 국내 방송사들과 중계권 협의를 마친 조총련계 일본 에이전시가 북한과 대화에 나섰지만 13일 오후 5시 현재 국제방송신호를 쏘아준다는 약속을 받지 못했다. 14일 협상 경과가 발표될 예정이나 지금으로선 ‘깜깜이 축구’가 불가피하다. 남북관계의 경색, 북미실무대화가 진전되지 않은 여파로 보는 시선이 많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에서 정치적 논리가 작용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몽니’를 부린 북한에 대한 징계는 가능할까. 일단 KFA 입장이 가장 중요한 가운데 징계 권한 자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차 예선은 FIFA 주관, 중계는 홈 팀이 권리를 갖는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종예선을 책임진다. 따라서 그간의 비협조와 향후 발생할 사안들을 KFA가 취합 보고하면 FIFA가 조사를 거쳐 징계나 중재에 나설 수 있다. 물론 AFC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정 절차는 AFC의 대회운영지침에 따라 진행됐다. 여기에는 ‘(홈팀은) 스폰서·중계 등 미디어·원정 팬의 비자(VISA) 발급과 입국을 국적·성별 차별 없이 허락해야 한다’는 조항(33조 2항)이 있다. 북한은 이에 “알고 있다”는 답을 해왔으나 딱 거기까지다. 특수 관계인 남북이 한 조에 편성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않았고, 북한이 비협조로 일관할 때 강하게 제지하지 않으면서 AFC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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