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킥오프…‘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축구더비’ 남북전

입력 2019-10-1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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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라운드를 향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뭔가 엉성하다. 29년 만에 방북한 태극전사들의 소식을 전달해줄 미디어도 없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악마 역시 없었다.

TV 생중계마저 불발됐다. 월드컵 1·2차 예선은 홈팀 협회가 중계권을 판매할 수 있으나 북한은 어느 하나 허용하지 않았다. 13일 비자 발급처인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 14일 평양에 입성한 대표팀은 이후 8시간 가까이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제때 입국했는지, 돌발사태는 없었는지, 어떻게 이동했고 불편함은 없는지 따위의 소소한 소식조차 듣지 못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휴대전화를 중국에 놓고 간 선수단과 연락할 길이 없었고, 유일한 창구는 평양에 파견된 아시아축구연맹(AFC) 담당자였다. 외신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특히 냉정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축구 더비에 오신 것을 환영 한다’는 제목의 기사는 “경색국면인 남북은 흔치 않은 더비에 임한다. 중계가 없고 북한에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경기를 관전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까지 몇몇 해외 여행사들이 남북전 관전이 포함된 관광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사실과 배치된 내용인데, 현재 평양을 방문 중인 전직 K리거이자 북한 국가대표 출신 안영학(은퇴)도 14일 스포츠동아와의 국제통화에서 “입장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결국 북한은 경기를 무관중으로 시작했다.

레바논 축구매체 ‘FA 레바논’도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남북전을 언급하며 ‘데자뷔(Déjà vu·첫 경험인데도 낯설지 않다는 의미의 용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띄웠다. 지난달 평양 원정을 먼저 다녀왔던 레바논이 느꼈던 불편함이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듯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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