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아닌 아웃카운트 제거, 장정석표 불펜 파격의 핵심

입력 2019-10-15 16:2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키움 장정석 감독. 스포츠동아DB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펼쳐진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8회말 SK 와이번스의 선두타자는 고종욱. 유독 발이 빨라 ‘고볼트’로 불리는 좌타자 고종욱의 출루 여부는 0-0 경기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만했다. 여기서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7회 공 4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우완 안우진 대신 좌완 이승호를 호출했다.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 릴리프의 투입은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었다. 키움 불펜에 남은 좌완은 이승호를 비롯해 오주원, 김성민까지 3명. 또 다른 좌완 이영준은 이미 7회 마운드를 밟은 상태였다. 8회말 2번부터 시작하는 SK의 상위타선을 고려하면 오주원의 조기등판이 더 그럴 듯했다. 그러나 장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유력한 이승호를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 고종욱은 스트라이크 2개를 그대로 흘려보낸 뒤 3구째 바깥쪽 꽉 찬 직구마저 멀뚱멀뚱 지켜봤다. 배트 한 번 못 휘두르고 루킹 삼진. 고종욱을 ‘얼려버린’ 이승호는 곧장 한현희에게 볼을 넘기고 퇴장했다. 한현희 역시 최정과 제이미 로맥을 공 2개로 간단히 범타 처리한 뒤 유유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장 감독은 LG 트윈스를 3승1패로 따돌린 준PO부터 ‘벌떼 불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준PO 2차전 8명, 4차전 9명의 불펜투수를 동원해 상대 벤치나 타자들이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매 경기 아웃카운트를 3개, 즉 1이닝 넘게 책임진 불펜투수는 2차전 3명, 4차전 2명뿐이었다.

당연히 투수 활용폭이 크다. 장 감독은 준PO 엔트리 30명 중 14명을 투수로 채웠는데, 모두 활용했다. 투수 12명을 엔트리에 넣은 뒤 11명만 쓴 LG와는 대조적이다.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간 LG의 마운드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1차전만 치렀을 뿐이지만 장 감독이 이번 PO를 어떤 호흡으로 준비했는지는 14일 연장 11회 3-0 승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SK 염경엽 감독도 LG처럼 투수 12명을 PO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반면 이번에도 키움은 투수 14명으로 맞섰다. 그리고 1차전부터 가용자원을 쓸어 넣었다. 2·3차전 선발로 내정된 에릭 요키시와 최원태를 빼면 12명의 투수가 남는데, 그중 9명을 1차전에 활용했다.

장 감독이 이처럼 투수 활용폭을 넓혀 자유자재로 불펜을 동원하는 데는 분명 하나의 남다른 접근법이 숨어 있다. 정규시즌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또 대개의 감독들이 선호하는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불펜투수를 이닝이 아닌 아웃카운트별로 하나하나 쪼개 적임자를 투입하는 형태다(키움과 달리 SK는 14일 1차전에서 6회 이후 1이닝 단위로 불펜투수를 올렸다).

포스트시즌이기에 가능한 접근법인데, 장 감독은 구상에만 머물지 않고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다. 14일 김상수(1이닝), 오주원(1.2이닝)을 제외한 6명의 불펜투수는 아웃카운트를 최대 2개만 책임졌다. 폭넓게 쓰되 무리는 주지 않는, 새로운 불펜 활용법만으로도 장 감독의 전략은 재음미해볼 만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