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특수성 감안하더라도 개최국 준비 안 된 북한

입력 2019-10-15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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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모습.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북한과 원정경기를 가졌다. 북한 당국은 한국 선수단 55명과 이들과 동행한 한국 정부 관계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뿐 아니라 선수단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곳은 통일부와 대한축구협회로 한정됐다.

통일부는 경기 당일 오전 “경기장 내 인터넷 활용이 가능하고, 경기 장면이 담긴 DVD도 북한 측으로부터 제공을 받기로 했다. 경기와 관련된 소식도 인터넷으로 국내로 전달이 가능할 것 같다”며 “경기장면이 담긴 DVD는 선수단이 귀국하는 편에 함께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단은 16일 자정께 한국에 도착한다.

하지만 통일부의 발표 내용과 실제는 거리가 있었다. 선수단과 동행한 축구협회 관계자가 경기장에 도착해 인터넷을 활용해 발송한 메일은 한국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달 속도가 매우 떨어졌다. TV 생중계가 무산된 상황이라 축구협회가 인터넷을 활용해 경기 상황 등을 국내로 신속하게 전달하려던 계획은 틀어졌다. 반대로 한국에 있는 축구협회 직원이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직원에 보낸 메일은 전혀 답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계속 확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이에 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이 AFC 본부로 전달한 소식을 취합해 국내 언론과 축구협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협회 직원이 촬영한 경기 관련 사진도 전송은 쉽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해당 경기 감독관에게 받은 사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얻은 사진을 국내 취재진에게 제공하고 SNS에 올렸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왼쪽)이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북한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는 월드컵 예선전과 같은 공식대회에서는 개최국 축구협회에게 미디어센터 설치와 인터넷 활용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놓도록 권고하고 있다. FIFA와 AFC의 규정에는 ‘반드시’라는 강제 조항은 없다. 그러나 미디어 관계자를 포함한 다양한 인원들이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개최국 축구협회가 최대한 협조해줘야 하는 게 기본이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FIFA나 AFC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부분에서의 준비는 충족돼야 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북한에게 계속 홈경기 개최권을 줘야 할지 의문이다. FIFA와 AFC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국이 최종예선에서도 또다시 북한과 한 조에 묶인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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